요즘 신혼부부 사이에선 '반반 결혼'이 트렌드다. 단순히 집이나 혼수를 반씩 부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월급 통장을 따로 쓰면서 생활비를 '50 대 50'으로 나눠 낸다.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서로의 지출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계부는 양념 반 프라이드 반처럼 간단하게 나눌 수 없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반반 지출'을 하다 적자에 빠진 신혼부부의 가계부를 열어봤다.
경제권을 각자 가진 부부는 과소비를 하기 쉽다. 서로를 통제할 수 없어서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뭐든 반반으로 하자. 결혼 비용도, 생활비도." 2년 전, 민희은(가명ㆍ37)씨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서로의 월급을 각자 관리하면서 살자는 제안이었는데, 여기에 남편 김민혁(가명ㆍ38)씨도 찬성했다. 지출을 정확히 반씩 부담할 수만 있다면, 혹시 모를 돈 문제로 싸우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부부는 약속한 대로 충실히 이행했다. 결혼 비용은 물론이고 신혼집 전세금도 똑같이 절반씩 부담했다. 결혼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월평균 지출을 산출한 다음, 각자 지출항목을 나눠 담당하는 식으로 서로의 부담 수준을 엇비슷하게 만들었다. 가령, 남편이 데이트 비용과 보험료를 맡고, 아내가 식비, 전세자금 대출 이자를 맡는 식이었다. 부부는 이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 부부는 1년간 신혼생활을 보냈지만, 부부의 통장엔 좀처럼 돈이 모이지 않았다. 월말에 월급이 입금되면 갖가지 명목으로 돈이 빠져나가 통장이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희은씨는 "과연 이 돈이 내 돈인가 싶다"면서 "나름 아껴 쓴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서 이렇게 돈이 새나가는지 잘 모르겠다"며 허탈해했다.
지인들은 '돈을 모으려면 통장을 합치고 한사람이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희은씨는 선뜻 따르지 못했다. 한사람이 경제권을 쥐면 다른 한사람은 용돈을 받아 생활해야 하므로 '평등하지 못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남편 민혁씨의 생각도 비슷했다. "저도 아내도 통장에 잔고가 어느 정도 있어야 안심이 되는 성격이거든요. 안 그러면 무기력해질 것 같아요."
통장을 합쳐야 하는지를 놓고 부부는 며칠을 고민했지만, 쉽게 결정내리지 못했다. '경제권을 각자 갖는 게 더 합리적'이란 생각을 떼내지 못한 결과였다. 그러는 사이 가계부 적자는 계속 불어났다. 지금은 남편의 상여금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자녀가 태어나 지출이 더 늘면 한계에 직면할 게 뻔했다. 이대론 안 되겠다고 생각한 부부는 필자에게 재무상담을 요청했다.
일단 부부의 재정 상태부터 살펴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630만원이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330만원을 벌고, 중소기업에 다니는 아내가 300만원을 번다. 남편이 1년에 상여금을 400만원가량 받지만, 이 부분은 정기지출이 아니므로 소득에서 제외했다.
각각 생활비를 지출하는 남편과 아내의 가계부를 통합해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정기지출은 공과금 25만원, 통신비 21만원, 식비ㆍ생활비 140만원, 정수기 렌털 4만원, 자동차 할부금 46만원, 보험료 38만원, 유류비ㆍ교통비 60만원, 부부 용돈 100만원, 부모님 용돈 20만원, 대출이자 37만원 등 491만원이다.
1년 단위로 쓰는 비정기지출은 미용비(100만원), 의류비(200만원), 휴가비(200만원), 명절ㆍ경조사비(100만원), 자동차 관련 비용(90만원) 등 연간 690만원이다. 월평균 57만원꼴이다. 금융성 상품으론 예금 20만원과 남편이 하는 주식투자 100만원 등 120만원이 있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총 668만원을 쓴다. 소득(630만원)보다 38만원을 초과 지출하는 적자 상태다.
부부는 '왜 매번 적자가 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지만, 원인은 명확하다. 부부가 철석같이 믿고 있던 '반반 관리'가 문제다. 서로가 어디에 얼마만큼 돈을 쓰는지 알지 못하니, 잘못된 투자를 하거나 과소비해도 제동을 걸지 못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남편은 남는 돈으로 한달에 주식에 100만원씩 1년간 투자했다. 그럼 적어도 1200만원은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 남편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80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33.3%가량의 손실을 본 셈이다.
희은씨라고 다를 건 없다. 그는 집에서 먹는 끼니 대부분을 배달 음식과 비싼 밀키트로 해결해 왔는데, 그로 인해 한달 식비ㆍ생활비만 월 100만원이 발생했다. 남편이 데이트 비용을 40만원씩 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분명 과한 지출이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
하지만 통장을 합치는 건 지금 단계에선 무리였다. 부부의 심리적 저항감이 커 설득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단 적자부터 잡기로 했다. 부부는 배달음식 횟수를 줄이고 요리를 직접 하는 식으로 식비ㆍ생활비를 100만원에서 60만원으로 40만원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부의 가계부는 38만원 적자에서 2만원 흑자로 전환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이제 시작이다. 손해가 막심한 남편의 주식 투자(월 100만원)는 적자 가계부에서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한다. 46만원씩 나가는 자동차 할부금과 과한 통신비(21만원)도 손봐야 한다. 무엇보다 '각자 관리'하는 습관을 버리고 통장을 합치는 노력이 필요한데, 과연 부부가 순순히 따를까. 다음 시간에 계속 이야기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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