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은 몸 속 깊은 곳에 위치해 관찰이 어렵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암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다. 그러나 의학의 발전과 함께 암 생존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 전체 암의 5년 생존율은 이미 70%를 넘어섰다.
미국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가 13일(현지 시각) 발표한 최신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암 진단을 받은 미국인의 70%가 최초 진단 후 최소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70년대 약 50% 수준이었던 생존율과 비교하면 큰 진전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암 평균 5년 생존율은 72.9%로 미국보다 더 높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극히 낮은 생존율을 보이는 암이 있다. 췌장암이 대표적이다. 전체 암 생존율이 70%를 넘는 것과 달리,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한국 16.5%(2018~2022년), 일본 11.8%(2012~2015년), 미국 13%(2015~2021년)에 불과하다. 세 나라 모두에서 췌장암은 주요 암 가운데 5년 상대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으로 꼽힌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2002년 월드컵 영웅 유상철을 각각 56세, 49세의 나이에 떠나보낸 것도 췌장암이었다. 배우 김영애와 패트릭 스웨이지, 흑인 음악의 거장 퀸시 존스, 20세기 최고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역시 같은 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왜 췌장암은 유독 치명적인가?
췌장암의 예후가 나쁜 가장 큰 이유는 발견이 늦고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췌장은 몸속 깊은 곳에 있어 초음파 검사로도 관찰하기 어렵고, 혈액 검사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흔히 ‘침묵의 암’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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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증상으로는 황달, 소변 색 변화, 지속적인 피로감, 복통, 체중 감소 등이 있다.
췌장암은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퍼지기 전에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암이다. 그러나 진단 시점에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약 10~2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항암치료 등을 통해 생존 기간 연장과 증상 완화를 목표로 치료가 이뤄진다.
노화와 췌장암, 그리고 ‘속도’
췌장암은 단순히 운이 나빠 생기는 병이 아니다. 유전적 요인과 함께, 노화와 생활 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췌장암의 발병 원인 가운데 개인이 바꿀 수 없는 요인으로는 유전적 소인과 노화가 있다. 반면 흡연, 비만과 대사 이상, 만성 췌장염, 제2형 당뇨병, 음주, 그리고 붉은 고기·가공육·고온 조리 음식 위주의 식습관 등은 조절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이다.
이는 ‘저속 노화’와 관련된다. 즉, ‘노화를 멈출 수는 없지만, 노화가 질병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늦출 수 있다’라는 저속 노화의 핵심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생활에서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게 최선”
한성식 국립암센터 간담도췌장암센터 교수는 “췌장암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위험 요인을 피하는 것”이라고 작년 7월 동아일보에 말해다. 그는 “흡연은 췌장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고지방·고열량 음식을 피하며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또 “췌장암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 당뇨병이나 만성 췌장염 환자는 꾸준한 치료를 통해 위험 요인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구강 건강도 췌장암 예방에 중요
심한 치주질환 유발 세균이 췌장암 발병 위험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구강 건강이 췌장암 위험과 연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뉴욕대학교 의대 연구팀은 구강 내 유해 세균과 곰팡이가 침을 통해 췌장으로 이동해 염증을 일으키고, 췌장암 발병 위험을 최대 3.5배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작년 미국 의사협회 저널 종양학(JAMA Oncology)에 발표했다. 특히 잇몸병을 일으키는 미생물 27종이 구강 내에서 과도하게 증식할 경우, 췌장암 발생률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양치질과 치실 사용은 잇몸병 예방을 넘어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입속 세균은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니라 전신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저속 노화 관점에서 본 췌장암
췌장암은 여전히 치명적인 암이지만, 동시에 노화와 생활 습관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흡연을 피하고, 체중과 혈당을 관리하며, 술을 줄이고, 식습관과 구강 위생을 개선하는 일상적 선택은 단기간에 눈에 띄는 효과를 주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선택들이 차곡차곡 쌓여 질병으로 이어지는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 이것이 바로 저속 노화의 핵심이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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