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허용은 선의 아닌 계산된 선택"
"중국 정조준한 차별적 수출규제 여전"
"차단으로 中 기술 자립자강 가속"
로이터 "中 H200 통관금지…협상카드용?"
중국 당국이 최근 대중(對中) 수출이 허용된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칩 ‘H200’을 사실상 통관 금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가 미국의 H200 대중 수출 정책은 여전히 차별적이라고 비판했다.
15일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15일(현지시각) ‘미국의 H200 판매 승인은 중국의 기술 자립자강을 보여준다’는 제목의 사평에서, 중국이 엔비디아 H200의 ‘조건부 수출 허용’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사평은 H200의 수출 승인 권한이 전적으로 미국에 있고, 중국으로의 공급 물량과 유통 과정에도 각종 제한이 적용되며, 미국 정부가 판매액의 25%를 수수료로 가져가기로 한 점을 들어 “미국의 정책은 본질적으로 여전히 차별적”이라고 주장했다.
사평은 “이처럼 엄격한 수출 규제가 오로지 중국만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미국이 기술적 우위를 무기화·정치화하는 관행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H200의 조건부 수출 허용은 "미국의 갑작스러운 ‘선의’가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최첨단 블랙웰 아키텍처 제품보다 성능이 뒤처지는 H200을 중국에 허용함으로써, 미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발전을 지연시키고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다만 환구시보는 미국이 과거 성능이 더 낮은 AI 칩까지 대중 수출을 금지했다가 이번에 고사양인 H200의 수출 규제를 완화한 점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도 평가했다. 이는 양국이 치열한 기술 경쟁 속에서도 갈등을 관리하며 경제·무역 관계를 유지하려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중·미 기술 협력의 미묘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컴퓨팅 파워와 AI처럼 미국이 전략적 핵심 영역으로 여기는 분야에서도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은 경제 법칙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사평은 또 미국의 반도체 공급 제한이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저해하기는커녕, 오히려 국가 주도의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화웨이의 어센드 칩 개발, 특정 응용 분야에서 국산 그래픽처리장치(GPU) 활용도 제고, 산업 전반의 공급망 보완 등을 사례로 들며 중국이 명확한 기술 발전 경로와 연구개발 잠재력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H200 수출 정책 완화는 “차단과 금수 조치만으로는 중국의 기술 발전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아울러 환구시보는 H200을 둘러싼 논쟁 자체가 독자적 혁신만이 봉쇄를 돌파하고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임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와 중국 대학 연구진이 GPU 메모리 제약을 극복하는 새로운 AI 모델 학습 방식을 제안한 논문을 발표한 점을 언급하며, 이는 AI 발전에서 보다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로를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각) 중국 정부가 이번 주 세관 직원들에게 엔비디아 H200의 통관 불허를 통보했으며, 국내 기술기업들에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구매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당국의 표현이 매우 엄중해 현재로서는 사실상 금수 조치와 다름없다”며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H200은 미국이 조건부 수출을 승인한 고성능 AI 칩으로, 중국 내 수요가 매우 큰 제품이다. 중국 기술기업들은 지난달 기준 개당 약 2만7000달러에 달하는 H200을 200만 개 이상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엔비디아의 재고량인 70만 개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이번 조치를 두고 중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기술 통제에 나섰다는 해석과 함께,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아주경제=베이징=배인선 특파원 baein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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