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조은석 내란 특검이 지난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한국은 1998년 이후 28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는데요. 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그는 사형 구형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오늘 점선면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마지막 재판(결심공판)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정리해드릴게요.
점(사실들): 특검,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인데도 사형 구형한 이유
우리 형법은 내란죄에 대해서 우두머리의 경우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를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최고형이 사형, 최저형이 무기금고일 정도로 내란죄는 중한 범죄입니다. 전직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로 사형이 구형된 것은 1996년 전두환씨 이후 처음입니다. 문제는 한국이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라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특검이 사형을 구형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특검의 양형 사유 전문을 살펴보면요. 특검은 “대한민국 형사사법에서의 ‘사형’은 집행하여 사형을 시킨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동체가 재판을 통해 범죄 대응 의지와 그에 대한 신뢰를 구현하는 것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검은 또한 “이번 내란은 국민 저항과 국회의 신속한 조치로 극복할 수 있었지만, 향후 계엄을 수단으로 한 헌정 질서 파괴가 반복될 위험성이 적지 않다”며 “공직 엘리트들이 자행한 헌법 질서 파괴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단죄보다 엄중히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실제 사형이 집행되지 않더라도 내란 범죄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제대로 ‘단죄’하려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는 게 마땅하다는 취지입니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형을 깎아줄 만한 이유(감경 사유)도 없어서 사형을 구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 형사 사법은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거나, 고령, 초범 등 감경 사유가 있으면 형을 깎아주는데요. 특검은 “참작할 만한 감경 사유가 전혀 없는 피고인에 대하여 법정 최저형인 무기형으로 형을 정하는 것이 과연 양형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피고인 윤석열이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는 등 무기형으로 깎아줄 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선(맥락들): 재판 내내 ‘웃고 졸고’…윤석열, 끝내 반성하지 않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사형 구형의 순간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짙은 남색 정장을 입고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윤 전 대통령은 어이가 없다는 듯 씨익 웃음을 내보였습니다. 방청석에 있던 지지자들 사이에선 “개소리”라는 욕설이 나왔고 일부 방청객은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박억수 특검보가 “내란 우두머리죄는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라고 언급할 땐 윤 전 대통령은 무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습니다. “선제적 도발 조치로 북한의 도발을 유인했다”는 등의 특검 발언에는 헛웃음을 지으며 옆에 앉은 윤갑근 변호사를 바라보고 속닥거리기도 했습니다. 무기징역을 구형받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휴정 시간 지지자들이 “장관님 너무 귀여워”라고 말하자 ‘손하트’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마지막 재판에서 11시간 넘게 서류증거(서증) 조사를 진행하면서 ‘침대변론’을 펼쳤습니다. 축구선수가 경기 중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경기를 지연시키는 ‘침대축구’처럼 의도적인 재판 지연 전략을 펼친 건데요. 지난 9일 김용현 전 장관 측 변호인이 서증조사로 시간을 끌었던 것과 판박이였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본인 최종변론 시간인데도 고개를 떨구며 졸기도 했습니다. 변호인 최종변론에선 프랑스 철학자인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 개념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계엄선포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필요로 하는 대통령의 정치 행위”라며 “사법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결심공판에서는 피고인 본인이 직접 최후진술을 할 시간이 주어지는데요. 윤석열 전 대통령은 90분에 걸친 최후진술에서 “나라를 지키고 헌정을 지키기 위한 대통령의 헌법상 국가긴급권 행사가 내란이 될 순 없다”며 무죄를 호소했습니다. 그는 특검 수사에 대해선 “민주당의 호루라기 소리에 맹목적으로 달려들어 물어뜯는 이리떼”라고 표현했고요. 계엄 선포 이유에 대해서는 “국가비상사태를 주권자인 국민에게 알리고 이를 극복하는 데 나서주십사 호소하고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국회의 반헌법적인 독재로 나라가 위기에 처해했는데 주권자인 국민을 깨우는 일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끝끝내 계엄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하지 않았습니다.
면(관점들): 다시는 내란 없도록, 윤석열에 역사의 심판을
1심 선고는 언제일까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어제(14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군·경 관련자들에 대한 내란 사건 선고를 다음 달 19일 오후 3시에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특검이 구형한 대로 법원은 사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재판부는 특검의 구형량과 감경요소를 반영해 선고 형량을 결정하게 되는데요. 사형이 구형될 경우 감경할 수 있는 범위는 무기징역 또는 20~50년 징역·금고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법조계 인사들은 윤 전 대통령이 반성 등 감경 사유가 없고, 한국이 실질적 사형폐지국가인 점 등을 감안해 사형보다 한 단계 낮은 무기징역을 선고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만약 12·3 불법계엄을 조기에 막아내지 못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경향신문 사설은 “지금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담한 유혈극이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닐 수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특검의 법정 최고형 구형이 지나치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부디 법원은 피고인 윤석열에게 엄정한 판단을 내려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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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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