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권도현 기자 |
윤석열 정부가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했던 ‘경찰국’이 폐지됐지만 경찰에 대한 행안부의 개입이 예전보다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경찰 안팎에서 나온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직접 통제할 게 아니라 국가경찰위원회를 내실화해서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난 12일 열린 행안부 소속 청·기관 업무보고에서 집회·시위 대응 및 안전관리 방안과 허위정보·명예훼손 등 불법 현수막 대응 방안 등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마약범죄와 해외 스캠(사기)단지, 관계성 범죄 등 국민적 우려가 큰 범죄에 대한 강도 높은 대응”을 당부했다고 한다.
경찰 지휘부가 행안부를 찾아가서 업무보고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치안·수사 관련 사안에 대해선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 지휘권이 없는 데다가, 다른 기관과 달리 경찰은 국가경찰사무 전반에 대해 심의·의결하는 국가경찰위원회라는 조직이 따로 있다. 경찰 안팎에선 국가경찰위에 보고할 내용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윤 장관이 아예 경찰 지휘부 회의에 직접 참석한 일을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윤 장관은 지난 2일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에 참석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품수수, 흑색 선거 등 선거사범에 대해 정당 공천 단계부터 철저하게 수사해 비리를 조기에 엄단해달라”고 말했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찾은 건 2017년 당시 김부겸 장관이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도입, 지휘부 갈등 등 현안과 관련해 방문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에 대한 정치권력의 통제라고 비판하던 윤석열 정부 때 ‘경찰국 설립’ 논란이 다시 떠오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2022년 윤석열 정부는 경찰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며 행안부 산하에 경찰국을 설립했다. 설립 전 경찰청은 TF를 구성해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이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행안부 장관은 국가경찰위를 통한 간접적 지휘만 가능하다고 해석했었다.
경찰 안팎의 우려는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 행사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대목에서 커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대한 지휘 통제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행안부는 곧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지휘할 권한을 갖게 되는데, 경찰과 중수청 모두에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경찰력이 정치권력을 위해 이용됐다는 비판 때문에 나왔다. 1991년 국가경찰위가 출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가경찰위는 경찰청 소속으로 행안부 산하에 있어 독립성이 제한적이고 인사권 등 실질적인 권한이 없어 형식적인 자문기구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아닌 실질적 권한을 갖춘 국가경찰위를 통한 경찰 통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병욱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적으로 특정 당파의 이익에 경찰 활동이 집행되거나 그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불편부당성을 갖춰야 한다”며 “국가경찰위가 정치적 중립을 담보할 수 있도록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행안부 업무보고는 전 기관이 참여하고 있고, 지휘부 회의에 행안부 장관이 참석한 것은 국민안전을 위한 치안활동을 당부하기 위한 것이라 경찰의 중립성 침해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행안부 장관의 경찰 통제와 국가수사본부 지휘권 부여 문제는 경찰 제도에 큰 변화를 불러오는 만큼, 입법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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