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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동네 이웃·상점이 ‘치매안심지킴이’…여기선 기억 안나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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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절벽 초고령 대한민국]②마을과 기술이 함께하는 돌봄
군포시 치매안심마을, 주민과 치매 환자 함께 어우러져
공동체가 만든 안전망…실종 예방으로 이어져
집 밖으로 나온 어르신…활동으로 인지 저하 막아
치매관련 예산 지속 감소…정부 "치매관리종합계획 정비중"
[군포(경기)=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에서는 치매 인구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4년 약 100만명에서 2050년에는 300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약 10.3%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는 의미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치매 위험이 커지는 구조인 만큼 초고령사회로 갈수록 치매 환자 수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도인지장애까지 포함하면 인지장애를 겪는 인구는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치매는 단순한 기억력 저하를 넘어 일상생활 전반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인지 기능 장애다. 돌봄을 맡은 가족에게만 부담이 국한되지 않고 국가 차원의 건강·사회복지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확산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의 일환으로 치매안심마을 조성에 나섰다. 치매를 단순히 치료 대상인 환자로만 보는 의학적 접근에서 벗어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적 접근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전국에 조성된 치매안심마을은 2025년 말 기준 920곳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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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한 치매안심마을 입구.(사진=안치영 기자)


군포에 네덜란드 치매 마을이

2018년 시범사업 때부터 참여해 온 군포시는 네덜란드의 ‘호그벡(호헤베이크·The Hogeweyk)’ 마을을 모델로 치매 친화 마을을 조성했다. 호그벡 마을은 중증 치매 노인들이 함께 생활하는 세계 최초의 치매 마을이다.

다만 군포시는 이를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지역 특성에 맞게 변형했다. 군포의 치매안심마을은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과 그 가족, 일반 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구조다. 치매에 대한 편견을 줄이면서 치매 환자와 가족 모두가 상처받지 않도록 마을 공동체가 서로를 보듬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군포시 관계자는 “75세 이상 독거노인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치매 어르신이 주민과 함께 편견 없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포시는 현재 총 3곳을 치매안심마을로 지정했다. 지정 마을은 다른 동네보다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높고 치매 등록자 비율도 약 두 배가량 높다. 치매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면서 숨어 있던 치매 어르신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견·등록했기 때문이라는 게 군포시 설명이다.

치매안심마을에서는 치매 어르신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보건소와 복지관, 치매안심센터, 경로당, 주민자치회뿐 아니라 동네 카페·슈퍼마켓·세탁소 등 지역 상점들도 함께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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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문승용 기자)


치매안심가맹점 인증을 받은 한 카페 사장은 “평소에는 치매 관련 정보와 프로그램을 안내하며 환자와 가족에게 필요한 정보전달 역할을 한다”며 “치매 환자로 의심되는 어르신이 주변을 배회할 경우 경찰에 신고해 안전을 돕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의 활동 참여를 독려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집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바깥 활동을 통해 신체 운동과 사회적 교류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오늘은 수다데이’라는 대표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이 주 1회 마을 정자에 모여 동요를 손뼉을 치며 따라 부르거나 시를 낭송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오여순(80) 씨는 “많은 사람 앞에서 내가 쓴 시를 읽는 게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주변의 칭찬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치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홍보 창구를 통해 치매 건강 상식을 알리고 치매안심소식지도 발행한다.

군포시에 있는 한 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치매 인식 개선 없이는 치매 어르신이 주민과 더불어 살아가기 어렵다”며 “치매가 위험한 질환이 아니라, 주변의 관심만 있으면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공동체 안에서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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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카페에 치매안심가맹점 인증이 부착돼있는 모습.(사진=안치영 기자)


치매 노인은 있지만 환자는 없다

치매 어르신을 위한 온 마을의 노력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역 인식 개선에 전문 프로그램이 더해지면서 집 안에만 머물던 어르신들이 하나둘씩 마을로 나오기 시작했다. 노인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면 노쇠 진행이 늦춰지고 인지 저하 예방에도 효과를 낸다.

군포시 관계자는 “주변의 치매 인식을 바꾸는 것뿐 아니라 치매 어르신들도 스스로 진행을 늦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에 지역사회가 상당히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군포시의 치매 친화 인프라 구축은 올해도 이어질 예정이다. 군포시는 기존 치매 예방 활동에 더해 치매안심마을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 가로수에 옷을 입히는 ‘기억지키기 가로수 온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군포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마을이 함께 만드는 관계의 울타리 속에서 치매 어르신과 이웃을 잇는 활동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 교체 이후 치매관리사업 전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줄고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는 매년 진행하던 치매안심마을 우수선도사업 선정을 지난해부터 중단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1808억원(2022년)에 이르던 치매안심센터 전체 예산도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4년 1670억원, 이재명정부에선 1566억원(2026년)으로 차츰 줄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년) 수립에 맞춰 치매안심마을의 방향성을 재검토하고 있어 우수선도사업 선정을 하지 않았다”면서 “종합계획에 따라 치매관리정책을 적극 이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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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시 내 한 커뮤니티센터에서 녹색 조끼를 입은 ‘치매서포터즈’가 어르신을 대상으로 ‘가치함께 돌봄교실’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군포시 치매안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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