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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보건당국자 “시위 사망 3천명” 인정…이슬람공화국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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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한 여성이 이마에 총상을 입은 모습을 그려 이란 시위대에 대한 총격에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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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통화 가치 폭락 및 물가 폭등을 계기로 연말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 사망자가 3천명에 이른다는 이란 정부 관계자 발언이 나왔다. 1979년 이란 이슬람공화국 출범 이후 최대 규모 희생자가 나온 이번 사태는 이란 이슬람공화국 체제의 존속 여부를 가름하는 최대 위기로 치닫고 있다.



미국 기반 이란 매체 인권활동가통신(HRANA)은 13일(현지시각) 시위 17일차인 이날까지 2571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시위대는 2403명, 군인은 147명으로 추산했다. 또 어린이 12명과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민간인 9명도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이 단체가 밝힌 사망자 646명에서 4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이란 정부 내에서도 사망자가 수천명이라고 인정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란 보건당국자가 군경을 포함해 3천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방송도 무장·테러 단체로 인해 “많은 순교자가 나왔다”는 발언을 처음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이란에 1979년 신정 체제가 수립된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유혈 사태로 보인다. 이란은 1999년 7월 대규모 학생 시위, 대통령선거 부정 의혹을 계기로 벌어진 2009년 녹색 운동,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2017~2018년 반정부 시위, 2019년 11월 휘발유 가격 항의 시위, 2022~2023년 히잡 반대 시위 등을 겪었지만 이 정도 규모의 사망자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이란의 주말이었던 지난 8~9일에 격렬했고, 이때 대규모 유혈 진압이 벌어졌다고 비비시(BBC) 등이 보도했다. 서방 언론에서는 이란 보안군 등이 비무장 시위대를 향해 자동소총으로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보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이란 비판도 강해지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폭력을 통해서만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정권은 사실상 끝난 것이다. 나는 이 정권의 마지막 며칠, 몇주를 목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이 이란 체제 수호의 핵심인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에 대해 테러 단체 지정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이란 신정 체제 보위 조직인 혁명수비대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것을 포함한 여러 제재 방안을 검토해 곧 확정,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2019년 혁명수비대를 테러 단체로 지정했으나, 유럽은 그동안 이란 핵 협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혁명수비대 테러 단체 지정을 하지 않아왔다.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핀란드, 이탈리아 외무부는 이란 대사를 초치해 폭력 진압에 항의했다고도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란 정부는 위기 속에 체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대규모 시위 진압 뒤 정부 주도로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대대적인 친정부 집회를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중 군경도 다수 있음을 들어서, 시위대에 화기를 사용하는 ‘외부 세력’이 침투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1979년 팔레비 왕조가 붕괴할 때 이란군이 시위 진압을 거부하는 등 지도층이 분열된 것과 달리, 현재 이란 군경은 적극적으로 반정부 시위 진압에 나서고 있다. 대외적으로 이란은 군사적 옵션까지 내비치는 미국에 핵 개발 문제를 포함한 대화를 제의하며 사태 수습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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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화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계속해 군사 행동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도움이 가고 있다”며 “(정부) 기관을 점령하라”고 주문했다. 트럼프는 “난 (이란 정부가) 시위대에 대한 무분별한 살해를 멈출 때까지 이란 당국자들과의 모든 회의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비에스(CBS)와 한 인터뷰에서는 이란이 시위대를 처형할 경우 “매우 강력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하지만 미국은 현재 베네수엘라 침공으로 군사력이 카리브해 지역에 분산되어 있어, 이란 공격을 선택한다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국방부 당국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동 지역에 미군 전함은 6척에 불과하고, 항모는 배치되지 않았다.



미국의 군사 공격이 오히려 이란 체제와 지지층의 단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이란 내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면서 기존의 바시지 민병대 등 보수적인 체제 옹호 세력들이 시위를 벌이는 등 결집을 시작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김지훈 기자,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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