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6월 푸바오가 중국 쓰촨성 워룽 자이언트판다보호연구센터 선수핑기지 야외 방사장에 누워서 먹이를 먹고 있다. 특파원 공동취재단 |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판다 한 쌍을 대여 요청한 것과 관련, 국내 12개 동물단체가 “정부의 판다 임대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14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등 동물단체는 성명을 내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판다 대여가 추진된다는 것은 동물을 외교의 상징으로 활용해 온 낡은 관행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판다 임대에 적극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판다 임대는 동물의 대여, 계약의 갱신, 반환이 동물의 이익이나 상태보다 국가 간 외교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외교 문제가 안정적일 때도 수송 스트레스, 새 환경 적응 문제 등 동물 복지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판다가 처음 한국에 들어온 건 1994년 9월로, 10년 조건으로 한 쌍이 임대됐었지만, 비용 문제로 4년 만에 반환된 바 있다. 이후 2016년 에버랜드가 판다 ‘아이바오’와 ‘러바오’를 들여오며 ‘판다 외교’가 본격화됐다. 특히 두 마리 사이에서 2020년 7월 태어난 ‘푸바오’가 국민적인 사랑을 받으며 큰 인기를 누렸다. 푸바오는 중국 밖에서 태어난 판다는 4살이 되면 반환되는 규정에 따라 2024년 4월 중국으로 돌아갔다.
단체들은 “‘푸바오’도 중국 이송 후 수개월 동안 건강 이상 증상을 보였다”며 “동물원과 같은 특정 공간에 갇혀 사는 전시 동물을 인위적으로 옮기는 것은 동물이 평생 나고 자란 세계를 뒤흔드는 일로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판다 대여를 요청하며 사육 장소로 광주 우치동물원을 언급한 뒤, 정부 차원의 실무협의가 진행되는 등 판다 대여가 논의되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한 언론사는 우치동물원의 판다 임대가 “사실상 확정 단계”라며 2028년쯤 판다가 광주에 오게 될 것이라 보도했다. 이를 위해 광주시는 사육시설 신축에 300억원대 사업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 제2호 거점동물원인 우치동물원을 ‘국립생태동물원’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지난 6일 중국 베이징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류궈홍 국가임업초원국(국가공원관리국) 국장과 면담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
다만 정부는 대통령이 중국에 판다 대여를 제안한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된 것이 없고, 우치동물원에 임대하는 것도 협의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양국 실무진이 협의를 진행 중이긴 하지만 대여가 확정된 바는 없다”며 “거점동물원의 국립동물원 격상 또한 전혀 협의가 이뤄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동물복지 훼손뿐 아니라 ‘동물 전시’에 수백억원 세금을 쓰는 것 또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단체들은 “판다 한 마리 전시하기 위해 국민 세금 300억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 농가에 남아있는 사육곰 199마리는 보호 시설이 부족해 철창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동물에 쓸 예산이 있다면 정부 잘못으로 평생을 지옥 같은 우리에 갇혀 자기 발을 뜯어먹으며 산 반달가슴곰에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웅담채취용 곰 사육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개정에 따라, 지난 1월1일부터 반달가슴곰의 소유·사육·증식, 웅담 제조·섭취·유통이 전면 금지됐다. 그러나 정부 곰 보호시설의 건립과 곰 매입 구조가 지연되면서 ‘농가 사육 금지’에 대한 처벌·몰수가 6개월 유예됐다. 정부는 대신 농가를 ‘임시 보호장소’로 활용하며, 반달곰 수용을 수락한 민간보호시설에 14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전남 구례에서 운영 중인 ‘구례 곰 마루쉼터’(49마리 수용 규모)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충남 서천 보호시설(70마리 수용 규모)을 통틀어도 110여마리 ‘사육곰’은 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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