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뉴시스] 14일 소아진료 지원 시민 참여행 캠페인 HB1985는 이날 강릉아산병원 중강당에서 기부금 총 1억 500만원을 전달했다. 이날 유창식 강릉아산병원장(오른쪽 세번째), 신건혁 HB1985 사무총장(오른쪽 네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릉아산병원 제공) 2026.01.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강릉=뉴시스]송종호 기자 = 지난 추석 무렵 강원도 강릉에 거주하는 김동일(40) 씨는 갑자기 열이 오른 아이를 봐줄 병원을 찾기 위해 헤메야 했다. 그는 "언제까지 아이가 아픈 밤 시간을 운에 맡겨야 하나"는 질문을 품게 됐다.
김씨는 본인의 고민을 주변 친구들에게 전했고, 이에 동감하는 10명이 자연스럽게 한 자리에 모였다. 아이를 사랑하고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공통점은 이들을 하나로 묶었다.
이들은 야간 소아진료 공백, 휴일 진료의 어려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부족 등을 '병원의 책임'이 아닌, 지역 전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로 바라봤다. 문제 해결을 병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지역민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닿았다.
14일 강릉아산병원에 따르면 강릉에서 지역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소아진료 지원 시민 참여형 후원 캠페인 'HB1985'이 시작된 배경이다.
HB(Human Blooming)는 '생명을 피우는 마음'을 뜻하고, 1985는 캠페인을 제안한 신건혁 씨와 함께 뜻을 모은 친구들의 출생연도에서 가져왔다. 병원이 감당해 온 소아진료의 부담을 잘 알고 있던 이들은, 지역과 병원이 함께 지속 가능한 진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
HB1985는 이날 강릉아산병원 중강당에서 기부금 총 1억 500만원을 전달했다. 병원은 이를 소아진료 인력 확충과 시스템 개선, 응급·야간 진료 대응력 강화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B1985 사무총장을 맡은 신 대표는 "우리가 하는 일은 거창한 게 아닌, 내 아이가 아플 때 '갈 곳이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남이 아닌 우리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며, “이 지역은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곳이다"라고 덧붙였다.
영동지역의 소아진료는 오래전부터 취약했다. 지역 내 곳곳에 병원이 있지만, 야간과 휴일에도 안정적으로 소아환자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은 사실상 손에 꼽힌다. 특히 최근 의정갈등 여파는 지역 의료 인력의 수도권 쏠림을 가속화시키며 소아진료 공백을 키웠다.
여기에 저출산과 고령화, 지역 인구 감소가 겹치면서 소아진료 운영 기반은 더욱 약해졌다. 아이 수는 줄어드는데 의료 인력 유입은 감소하고, 고령층 진료 수요만 늘어나는 인구 구조 속에서 지역 병·의원들은 소아과 진료 기능을 꾸준히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악순환은 결국 소아진료 부담을 강원·영동권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강릉아산병원으로 몰아가는 구조를 고착시켰다.
강릉아산병원은 오랜 기간 중증·응급 소아환자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치료해 온 사실상 '마지막 거점 병원'이지만, 영동권역의 소아진료 부담이 한 병원에 집중되는 현실은 병원에게도, 지역 주민에게도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이러한 구조는 그대로 아이들의 골든타임과 직결됐고, 부모들의 불안은 날이 갈수록 커져 왔다.
앞으로 HB1985 구성원들은 캠페인의 취지를 널리 알려 많은 지역민의 참여를 이끌어 이러한 불안을 끊어낸다는 계획이다. 강릉아산병원 의료진과 함께 밤과 휴일에도 아이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직 출발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움직임은 단순히 병원에 힘을 보태는 차원을 넘어, 지역 전체의 소아진료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과정이라는 인식에서다.
이 같은 기반이 마련돼야 여행객 역시 위급 상황에서도 안심할 수 있고, 강릉이 아이와 함께 머물 수 있는 도시로 신뢰를 쌓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나아가 이 노력은 강릉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관광도시로서의 신뢰를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HB1985에 참여한 이현우 씨는 "부모가 만든 첫걸음이지만, 지역을 지키는 힘은 결국 지역민에게서 나온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구성원인 최항석 씨는 "부모로서 느낀 불안, 그 감정이 10명을 움직였고 이제는 지역을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이곳의 내일을, 우리가 직접 밝힐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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