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세계사적 관점에서 2025년은 '도널드 트럼프'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국제 질서 전반을 뒤흔든 해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사적으로는 자유무역의 퇴조와 함께 관세를 핵심 수단으로 한 보호무역주의가 본격적으로 부활한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한 이후 미국은 물론 전 세계는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이를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였고, 국제사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에 시선을 고정해야 했다.
■ 관세·군사력으로 흔들린 동맹과 적대국
트럼프 대통령의 2025년은 대외적으로 관세 전쟁과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인상 압박을 통해 동맹의 기존 질서를 흔든 한 해였다. 여기에 이란 핵시설 공습,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공격 등 과감한 군사력 사용도 이어졌다.
미국 공화당 전략가인 매슈 바틀릿은 C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통령직은 미국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다른 어느 대통령과도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유하자면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아케나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로 급진적인 체제 전환에 가깝다"며 "트럼프는 모든 국면에 개입하는 '전방위적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사실상 만능열쇠였다. 관세라는 강력한 경제 무기로 무역 협상력을 확보했고, 연방 정부의 세입을 늘리는 동시에 국내 제조업 육성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를 대상으로 보편관세와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며 이를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고 명명했다. 한국과 일본에는 각각 25%, 24%의 상호관세가 부과됐고, 유럽연합(EU)에는 20%가 적용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협상 지렛대로 삼아 한국·일본·EU의 상호관세를 15% 낮추는 대신 각각 3500억~6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를 이끌어냈다.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17%에 육박했고, 지난해 연방 정부는 관세로 약 2000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는 전년도 대비 250% 증가한 수치다. 구글·애플·아마존 등 미국 기업뿐 아니라 TSMC, 도요타, 현대자동차그룹 등 글로벌 기업들도 잇따라 미국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다만 관세를 올해도 동일한 강도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지난해 커피·바나나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 계획이 철회됐다. 코어 인베스트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크리스 이고는 2026년 전망 콘퍼런스콜에서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관세에 대한 가장 강경한 입장을 일부 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시장의 우려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방위비 인상 압박…유럽 안보 질서 재편
지난해 2월 JD 밴스의 발언은 유럽을 뒤흔들었다. 밴스 부통령은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해 "유럽의 안보는 유럽이 더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나토 회원국들은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간 방위비를 5%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목표치였던 GDP 대비 2% 기준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다.
동맹국에는 관세로 압박했다면, 적대국에는 군사력을 동원했다. 지난해 6월 미국은 이란 내 핵 관련 시설 3곳을 공군·해군 폭격으로 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에서도 휴전 합의를 이끌어냈다.
미국 국내에서도 과감한 정책이 잇따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한 정부효율화부(DOGE)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정부 재창조' 이후 25년 만에 연방 정부를 합리화·현대화하려는 첫 시도로 평가된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 연방 정부 직원 수는 1월보다 약 27만 명 감소했다.
국경 통제도 한층 강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국경 정책으로 불법 입국 시도 자체가 급감했고,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은 남서부 국경에서 하루 평균 불법 입국자 체포 건수가 245건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일일 평균보다 95% 감소한 수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세관집행국(ICE) 요원들을 대거 투입해 가능한 한 많은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도록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잇따랐다. 올해 1월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요원이 민간인을 사살한 사건은 전국적인 비판과 시위를 촉발했다.
미국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스스로 구축해온 국내 정치 규칙과 국제 질서를 동시에 재편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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