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겸 중앙위원회 위원인 김여정, 자료 사진=조선중앙통신(KCNA) 2021.6.30. |
아시아투데이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 북한이 남북 관계 개선 기대를 전면 부정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13일 늦은 저녁 담화를 통해 "아무리 개꿈을 꾸어도 조·한관계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를 향해 노골적인 적대 메시지를 쏟아냈다. 통일부가 김여정의 앞선 담화에서 '소통'과 '긴장 완화의 여지'를 언급한 데 대해서는 "한심하기로 비길 짝이 없다"며 일축했다.
김여정은 서울이 구상하는 '조·한관계 개선'을 "실현 불가능한 망상"으로 규정했다. "아무리 집권자가 해외에까지 돌아치며 청탁질을 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외교적 접촉과 선의의 제스처 자체를 조롱하며 대화 재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담화의 중심축은 '주권 침해' 프레임이다. 김여정은 한국이 "조선의 주권을 침해하는 엄중한 도발 행위를 감행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적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로 규정했다. 이어 서울 당국이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며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무인기 문제가 다시 반복될 경우 "감당 못 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대응 수위의 격상을 공개 경고했다. 그는 "단순한 수사적 위협이나 설전의 연장이 아니다"라며 비례성 대응이나 입장 발표에 머무르지 않겠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담화를 '대화 차단의 선언'이자 '위협 수위 관리의 시험대'로 본다. 대북 전문가 정성장 박사(세종연구소 부소장)는 김여정의 표현을 두고 "김여정은 '아무리 집권자가 해외에까지 돌아치며 청탁질을 해도… 조한관계의 현실은 절대로 달라질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중국의 협조를 요청한 것이 전혀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박사는 또 "한국 무인기의 북한 영공 침투가 다시 반복되면 감당 못 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폭탄을 퍼부었다"고 지적하며 대응의 균형을 주문했다. 그는 "김여정의 위협에 과민 반응하는 것도 부적절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시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사과 요구의 형평성 문제도 짚었다. 정 박사는 "북한은 과거 한국에 무인기를 침투시키고도 사과한 적이 없다"며 "그런 북한이 한국 정부에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적반하장의 논리"라고 비판했다. 이어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재발 방지 조치는 필요하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사과까지 할 필요는 없다"며 "유감 표시 정도면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오히려 향후 유사 사안에서 반복적인 압박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정 박사는 또 "북한은 현재 한국과 대화할 의지가 전혀 없는 상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이 김여정 담화에서 보고 싶은 신호만 읽어내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담화는 해석의 여지를 남긴 메시지가 아니라, 남북 관계를 '적대적 단절 상태'로 고착시키겠다는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번 김여정의 담화는 13일 저녁 10시 전후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됐다. 북한은 연초부터 '적국 규정', '주권 침해', '대가 경고'라는 키워드를 반복하며 강경 노선을 명확히 하고 있다. 남북 관계는 관리 국면을 넘어 구조적 대립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으며, 대화 재개를 전제로 한 낙관적 해석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018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의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과정에서, 여동생 김여정(오른쪽)이 이를 돕고 있다. 2018.9.19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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