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시내버스 차고지에 버스가 주차돼있다. ⓒ고성준 기자 |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오늘 버스 안 옵니다. 다른 교통편 이용하세요.”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 13일 오전, 서울 곳곳의 버스 정류장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영하의 강추위 속에서 파업 소식을 미처 접하지 못한 시민들은 하염없이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오전 7시45분쯤 서울 금천구 시흥동 인근의 한 버스 정류장은 출근을 서두르는 시민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버스 정보 안내 단말기(BIT)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전광판 속 서울 시내버스의 위치는 모두 ‘차고지’ 혹은 ‘출발 대기’로만 표시될 뿐이었다.
적막이 감도는 정류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건 이따금 도착하는 경기 면허 버스뿐이었다. 안양에서 서울로 넘어오는 경기 51번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구로디지털단지역 등 환승 거점으로 향하려는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이미 만원인 버스에 어떻게든 몸을 싣기 위해 시민들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마포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33)씨는 “직장까지 가기 위해 탈 수 있는 버스가 총 5개인데, 모두 차고지로 떠서 난감하다”며 “택시타고 역까지 가야 할 판국”이라고 하소연했다.
버스를 포기하고 지하철로 발길을 돌린 시민들이 몰리면서 지하철 역사 역시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평소에도 혼잡한 출근길이지만, 이날은 승강장 진입조차 버거운 수준이었다.
주요 환승역인 사당역과 신도림역 등에서는 열차가 도착해도 타는 사람보다 밀려드는 사람이 더 많아 승강장을 넘어 계단까지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열차 내부는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해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였다.
강남 방면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32)씨는 “버스가 안 와서 지하철로 왔는데, 열차를 세 대나 보내고 겨우 탔다”며 “압사당할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고 혀를 내둘렀다.
13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버스정류장 버스정보안내판에 버스 위치가 차고지로 돼있다. ⓒ뉴시스 |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림에 지쳐 결국 집으로 돌아가 차키를 들고 나온 경우도 속출했다.
서초구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는 박모(34)씨는 “정류장에서 10분을 떨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집으로 들어가 자가용을 가지고 나왔다”며 “도로마저 꽉 막혀 평소보다 훨씬 늦게 회사에 도착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날 주요 간선도로는 평소보다 늘어난 자가용 출근 차량으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서울시는 출퇴근길 혼잡을 줄이기 위해 지하철 운행 횟수를 늘리고 무료 셔틀버스를 투입하는 등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했으나, 7000여대에 달하는 시내버스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는 가운데, 파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파업은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간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이날 새벽 최종 결렬되면서 시작됐다.
노사는 전날 오후 3시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임단협 관련 특별조정위원회 사후 조정회의를 이어갔지만,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협상은 ▲기본급 인상률 ▲정년 연장 문제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둘러싼 노사 간 이견으로 끝내 타결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협상이 뒤늦게 타결되더라도 오는 14일 첫차부터 복귀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이날 퇴근길도 ‘교통 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는 노사 양측을 끝까지 설득해 시민의 발인 버스가 조속히 정상 운행될 수 있도록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시민 여러분의 안전과 이동 편의를 위해 서울시 공직자 모두가 비상한 각오로 현장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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