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로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늘면서 약 대신 생활습관과 식단을 먼저 점검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 |
처음엔 효과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먹어도 시원하지 않았다. 약을 끊어보기도 했지만 불편함과 더부룩함이 반복됐다. 김 씨는 “결심한 건 아니지만, 비슷한 아침이 쌓이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고 말했다.
◆국내 변비 환자, 63만명 넘었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처럼 국내에서 변비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1년 약 57만9000명에서 2020년 약 63만6000명으로 늘었다.
급격한 증가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뚜렷한 감소세도 아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 숫자보다 ‘환자들의 태도 변화’를 더 자주 언급한다.
서울의 한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예전에는 약을 더 늘릴 수 있는지, 다른 약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먼저 묻는 환자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생활 패턴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경우가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30~40대 환자에서 이런 변화가 눈에 띈다고 했다. 약을 거부하겠다는 태도라기보다는, 약 말고도 점검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쪽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진료실에서 오가는 질문의 순서도 달라졌다. 배변 횟수보다 식사 시간이 일정한지, 하루에 물은 얼마나 마시는지, 변의를 느꼈을 때 참는 일이 잦은지 같은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의료진도 같은 질문을 되묻는다. 대화의 방향이 바뀐 셈이다.
◆‘섬유질이면 다 좋다’는 말의 빈틈
이 과정에서 의료진이 참고 자료로 언급하는 것이 있다. 최근 정리된 변비 관련 식이 지침이다. 새로운 연구 하나가 발표됐다기보다는 수십 년간 발표된 임상시험들을 다시 들여다본 결과에 가깝다.
변비 관련 임상시험 75건을 분석해 실제로 도움이 된 것과 그렇지 않았던 것을 구분했다. 그동안 당연한 조언처럼 반복돼 온 내용 가운데,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최근에는 변비약 복용 여부보다 식사 시간, 수분 섭취량 등을 먼저 묻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제스프리 제공 |
이 정리에서 자주 언급된 식품 가운데 하나가 키위다. 일정 기간 하루 2~3개를 섭취했을 때 배변 횟수나 변 상태가 나아졌다는 결과가 여러 연구에서 관찰됐다. 다만 특정 품종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마그네슘이 포함된 미네랄워터 역시 일부 연구에서 변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의료진들은 이 지점에서 늘 단서를 붙인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반대로 섬유질 섭취를 무작정 늘리는 방식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섬유질 섭취량을 크게 늘린 그룹에서 복부 팽만감이나 가스 증상이 오히려 심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양의 문제가 아닌 개인에게 맞는 수준을 찾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변비, 참는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의학적으로 만성 변비는 주 3회 미만의 배변이 3개월 이상 이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기준은 단순하지만, 불편은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외출 계획이 바뀌고, 식사 시간이 흔들리고, 하루 리듬이 조금씩 어긋난다.
의료진들은 변비를 의지나 성격의 문제로만 보는 시선에 선을 긋는다. “참는다고 좋아지는 문제는 아닙니다.” 짧은 말이었다. 추가 설명은 이어지지 않았다.
‘약을 무조건 끊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약이 나쁘다는 주장도 아니다. 다만 약 외에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그 선택지가 누구에게 맞는지는 한 번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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