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화이트해커 될래요" 북적이는 학원…기업은 "쓸만한 인재가 없네"[르포]

댓글0
화이트해커 양성 교육 현장 가보니
잇단 보안 사고에 화이트해커 수요·관심 급증
학원가로 몰리는 비전공자·중고생·중장년
기업 현장서는 "실무형 인력 찾기 어려워"…정책·교육체계 변화 요구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지금 취업 준비 중인데, 이 분야가 유망하다고 해서요. 비전공자도 공부하면 따라갈 수 있고 취업도 수월하다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최근 대형 이동통신사와 금융기관·이커머스 플랫폼 등 전 산업분야를 막론하고 정보유출 사태가 잇따라 벌어지면서 화이트해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관련 인력 수요가 높아지면서 취업준비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화이트해커’는 개인적 이익을 목적으로 해킹을 일삼는 ‘블랙해커’와 달리 기업이나 국가의 시스템 취약점을 점검하고 보안 대책을 마련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하지만 현재 화이트해커 양성 프로그램이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데일리

(그래픽= 김정훈 기자)


쉬는 시간도 잊은 강의실…중·고생, 중장년까지

12일 오전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의 한 대형 정보기술(IT) 전문 학원의 화이트해커 관련 교육 강의실은 빽빽하게 줄지어 있는 모니터 앞 수강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오전 9시부터 종일 이어지는 강의 일정에 지칠 법도 하지만 10분 남짓한 쉬는 시간에도 배움의 열정은 꺼지지 않았다.

취업준비생 A씨는 “전기전자공학 전공이라 보안분야는 처음 접해본다”며 “학원 강의 외에도 따로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보안 분야의 취업문이 넓다고 해서 배우는 중”이라며 “전공하지 않았지만 기초적이고 이론적인 것들을 학원에서 배울 수 있어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학원에서 만난 B씨도 “매번 시험을 보는데 꾸준히 점수가 오르고 있어서 뿌듯하다”며 “기초부터 배우고 싶다면 학원에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학원 로비에 있는 상담 창구에는 아버지와 상담을 받으러 온 고등학생부터 퇴사 후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중장년까지 몰렸다. 대학생이나 IT 업계 종사자가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취미로 해킹을 배우려는 사람들부터 중·고교생,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학원을 내방하고 있다고 학원 관계자는 귀띔했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인재 양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22년 발표한 ‘사이버보안 10만 인재 양성’ 계획을 국정 과제로 추진 중이다. 2026년까지 신규 인력 4만명, 재직자 교육 6만명 등 10만명의 사이버 보안인재를 배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10월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도 ‘범정부 정보보호 대책’에서 보안 인력 양성 강화를 핵심 과제로 재차 언급했다.

이데일리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현장에서 활용 못 하는 보여주기식 교육…“질 높여야”

정부의 이 같은 정책적 방향에도 현장에서는 회의가 적지 않다. 단기 성과 위주의 정책과 현장에 맞지 않는 교육 내용 탓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인재 양성 체계가 ‘숫자 채우기’와 ‘대회용 인재’ 배출에 치우치면서 정작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형 보안 인력을 기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스템 전반을 이해하고 실제 보안 침해 상황에서 방어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인력을 키워야 하지만 정부의 사이버 보안 인재는 해킹 대회 입상과 같은 단기간에 성과를 입증하기 쉬운 측면에만 집중하고 있어서다.

과기정통부의 ‘사이버보안 인재양성 성과’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양성한 2만 3000여명 가운데 상당수는 1~3개월 단위의 단기 교육 수료생이거나 기존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재직자 재교육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 외형상 인력 규모는 늘었지만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인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간 학원의 교육 과정 역시 문제로 꼽힌다.

화이트해커 출신인 강승일 스탠다드솔루션즈 대표는 “보안 기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자는 늘었지만 학원 교육은 기존 코드를 그대로 실행해보는 수준”이라며 “해킹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기존에 공개된 도구나 코드를 그대로 사용하는 ‘스크립트 키디’(Script Kiddies)를 양산하는 구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단순 수료생 숫자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실무에 즉시 투입 가능한 ‘질적 인재’를 체계적으로 관리·육성하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기 교육 이수 여부나 대회 성과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과 성장 가능성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화이트해커 출신 김태일 코어시큐리티 대표는 “정부 주도의 무료 교육이 민간 교육 시장의 자생력을 오히려 약화시키고 있다”며 “정부가 직접 모든 교육을 수행하려고 하기보다 실력이 검증된 민간 교육 기관을 육성하고 대학 교육과 현장 실무를 잇는 장기적인 커리어 로드맵을 설계하는 조력자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한국일보[속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건희 특검 출석…'보험성 투자' 의혹 조사
  • 뉴시스'구명로비 의혹' 임성근, 휴대폰 포렌식 참관차 해병특검 출석
  • 동아일보[부고]‘노태우 보좌역’ 강용식 전 의원 별세
  • 헤럴드경제“김치·된장찌개 못 먹겠다던 미국인 아내, 말없이 애들 데리고 출국했네요”
  • 머니투데이"투자 배경에 김 여사 있나"… 묵묵부답, HS효성 부회장 특검 출석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