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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효 남은 체납세금 1.4조원 사라졌다…국세청 왜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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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봄 기자]

누적 국세 체납액이 급증하자 국세청이 관리 부실 비판을 피하려 1조4000억원대 체납세금의 국세징수권을 위법·부당하게 '소멸 처리'한 정황이 감사원 조사로 드러났다. 또 무기중개 관련 대기업 회장으로 알려진 200억원대 고액체납자 A씨에게 압수해 확보했던 고가 와인과 명품가방의 압류를 해제해주고, 출국금지도 수시로 풀어준 사례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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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12일 ‘국세 체납징수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사진|뉴시스] 


■ "100조 밑으로 낮춰라"…누계체납액 축소 압박= 감사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2020년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누계체납액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나오자 2021년부터 국세통계포털에 누계체납액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임시 집계한 누계체납액이 122조원에 달하는 사실을 확인했고, '부실 관리 비난이 우려된다'며 누계체납액을 100조원 미만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국세청 본청이 지방청별 누계체납액 감축 목표(20%)를 일률적으로 할당하고, 고액체납자가 포함된 압류해제 점검명세를 총 12차례 내려보냈다. 또 누계체납액 축소 실적을 직원 성과평가에 반영하고, 지방청별 실적 순위와 부진한 관서를 공개하며 목표 달성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 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5억원 이상은 10년)이다. 현행법상 압류를 해제하면 그다음 날부터 시효가 다시 시작한다. 압류를 해제해도 소멸시효가 즉시 완성되지 않는다는 거다.


이 때문에 실적 압박을 받은 각 세무서는 소멸시효 기산일을 압류해제한 다음 날이 아닌 압류일 또는 그 이전 5년 전 등으로 전산에 소급 입력해 곧바로 소멸시효가 완성되도록 처리하는 수법을 썼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또 소멸시효가 아직 남아있는 건도 기산일을 수정해 즉시 소멸시효가 완성되도록 처리하기도 했다.


■ 고액체납자는 압류해제, 소액체납자는 압류방치= 감사원은 이런 방식으로 국세청이 2021년 누계체납액 공개를 앞두고 무려 1조1891억원의 국세 채권을 소멸 처리했고, 이후에도 유사한 행위를 지속하면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위법 소멸 처리 규모가 총 1조4268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고액·상습 체납자 점검명세가 별도 하달되면서 5000만원 이상 체납자 1066명의 체납(7222억원)이 임의로 소멸시효 완성 처리됐고, 이 가운데는 명단공개·출국금지·추적조사 대상자 등 중점 관리대상 체납자 289명(체납액 2685억원)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일부 고액체납자들은 체납이 갑자기 사라지는 횡재를 맛본 반면, 소액체납자(체납액 500만원 미만)들은 압류재산이 공매 실익 판단 등 후속 절차 없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조사 결과 소액체납자 부동산 압류 1만7545건이 공매 등 후속 조치 없이 5년 이상 장기 압류 상태로 남아있었다. 이 가운데는 약식감정 의뢰조차 없거나, 공매 실익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상당수가 아무 조치 없이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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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감사원, 사진 | 뉴시스]


감사원은 국세청이 누계체납액을 축소할 목적으로 소멸시효 기산점을 임의 적용해 국세징수권을 부당하게 소멸시키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세행정시스템(NTIS)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소액체납자의 압류 재산을 장기 방치하는 게 경제적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국세청에 압류재산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는 방안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 200억대 체납자에 출금해제 편의도= 이번 조사에선 국세청이 고액체납자 관리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한 정황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2015년 소득세 등 209억원(2022년 기준 446억원)을 체납한 A씨와 그의 아들을 출국금지하고, 명품가방 30점과 고가 와인 1005병 등을 압류했다.


이 가운데 명품가방의 경우 서울국세청은 2017년 7월 "근거서류 미제출" 등을 이유로 압류해제 요구를 불허했지만, 2019년 5월에는 추가 증빙 제출이 없는데도 '여성용'이라는 이유로 A씨 배우자 소유로 추정해 압류를 해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시가 1400만원인 로마네꽁티 등 고급 와인 1005병도 8년 만에 압류를 해제했는데, 감사원은 그 과정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2022년 12월 당시 서울청 징세관이 "그간 안 해준 것이 직무유기"라는 취지로 담당자에게 1주일 내 압류해제를 지시했다. 여기에 맞서 담당자가 구매증빙이 확인된 와인은 30병에 불과하다고 보고했지만 '법인 취득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A씨 일가의 출국금지를 해제한 조치도 "체납자가 요구할 때마다" 제대로 된 소명 없이 부당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하며, 관련자 징계 요구 및 주의 요구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조봄 더스쿠프 기자

sp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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