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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 130000%의 재앙··· 국민 94%가 빈곤층 전락한 ‘자원의 저주’ 국가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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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미국이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체포하자 베네수엘라에서 반미 성향의 무장 민병대가 활동하면서 미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즉각 출국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대 원유 보유국이지만 국민의 90% 이상이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베네수엘라의 현실이 다시금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駐)베네수엘라 미국 대사관은 1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안보 상황이 불안정하다”며 “국제선 항공편 운항이 재개됐으니 베네수엘라에 있는 미국인은 즉시 출국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대사관은 특히 “‘콜렉티보(Collectivos)’라는 무장 민병대가 검문소를 설치하고 차량을 수색해 미 시민권이나 미국 지지 증거를 확인한다는 보고가 있다”며 “도로를 이용할 때 경계를 늦추지 말고 각별히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콜렉티보는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친정권 무장 민병대로, 디오스다도 카베요 베네수엘라 내무장관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보 불안과 함께 베네수엘라의 경제 상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남미의 대표적인 부국으로 꼽혔던 베네수엘라는 2015년 이후 유가 하락과 초인플레이션이 겹치며 경제 상황이 급격히 불안정해졌다. 베네수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2년 1만2700달러에서 2020년 1533달러까지 추락했고, 2024년 기준으로도 4511달러에 그쳤다. 이는 산유국 노르웨이의 1인당 GDP(약 8만 달러)의 17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화폐 가치도 급격히 떨어졌다. 12일 기준 베네수엘라 화폐 1볼리바르(VES)는 미국 달러로 약 0.003달러에 불과하다. 장기간 이어진 초인플레이션과 과도한 화폐 발행으로 볼리바르의 구매력은 사실상 붕괴됐고, 파이낸셜 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현지에서는 달러가 사실상의 거래 기준 화폐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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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경제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자원의 저주’를 꼽는다. 풍부한 천연자원 수출이 단기적 호황을 이끌었지만, 제조업과 산업 다각화를 가로막아 장기적인 침체와 불평등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1918년 원유 수출을 시작한 이후 베네수엘라 수출의 95% 이상은 석유에 의존해 왔다. 그러다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고유가 시기(2011~2014년)를 지나면서 경제는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고 차베스 정권(1999~2013년)은 석유 호황을 바탕으로 복지 지출을 대폭 확대해 정부 부채는 1000억 달러 이상 누적됐다. 이후 출범한 마두로 정부는 중앙은행을 통해 화폐를 대량 발행하는 방식으로 재정을 충당했고, 이는 통제 불능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베네수엘라의 2018년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13만60%에 달했다.

차베스 정권이 집권한 14년 동안 단행된 석유 산업 전면 국유화 역시 부작용을 낳았다. 대규모 해고와 함께 전문 인력이 이탈하면서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기술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마두로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정부 충성파 인사들이 경영진을 차지했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원유는 정제 난도가 높은 중질유가 대부분인데, 노후화된 설비와 전문인력 유출이 겹치며 PDVSA의 생산 능력은 크게 저하됐다.

2019년 미국의 제재는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PDVSA와의 거래를 전면 차단했다.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의 일일 석유 생산량은 1999년 355만 배럴에서 100만 배럴 아래로 급감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산업 붕괴의 여파는 국민들의 빈곤으로 이어졌다. 베네수엘라 안드레스 베요 가톨릭대 연구팀이 발표한 ‘2021 국가생활수준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전체 빈곤율은 94.5%에 달했다. 이 가운데 극빈층 비율은 76.6%로 집계됐다. 세계은행 기준 극빈층은 하루 소득 1.9달러(약 2800원) 미만이다.

김도연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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