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세밑 개봉한 영화 한 편이 연초 극장가에 조용한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달 31일 개봉한 영화 ‘만약에 우리’는 외화 ‘아바타’의 거센 공습에도 조용히 입소문을 타며 11일 오후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18년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 공개된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를 리메이크한 ‘만약에 우리’는 원작의 뼈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묻어나게 한 세심한 연출과 더불어 두 주연배우 구교환, 문가영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이면서 관객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14살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로맨스 연기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 두 배우를 만났다.
◆구교환 “잘 이별하는 영화이자 ‘꿈’에 대한 영화죠”
구교환이 연기한 은호는 ‘게임개발로 100억 벌기’라는 꿈을 안고 삼수 끝에 서울의 대학에 진학한 청년이다. 어느 날 고향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정원(문가영 분)에게 첫 눈에 반한다. 두 사람은 가장 친한 친구 사이에서 연인으로 발전했지만 현실의 고단함과 냉정함에 지쳐 결국 각자의 길을 거덱 된다.
구교환은 열정 넘치는 푸릇푸릇한 20대부터 세파에 찌든 30대의 은호를 특유의 다채로운 얼굴로 소화해냈다. 20대의 은호가 가진 게 없어도 생동감과 사랑이 넘쳤다면 30대의 은호는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허망함과 허탈함이 물씬 묻어난다.
영화 감독 출신이기도 한 구교환은 “게임 개발자를 꿈꿨던 은호와 과거 숱한 시나리오를 썼던 내 20대 시절 모습이 겹쳐졌다”고 털어놓았다. 20대의 구교환 역시 영상으로 옮겨지지 못한 시나리오를 움켜쥐고만 있던 시절이 있었다.
구교환은 “(영화사에)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제작에 실패했을 때 엄청 상처받고 힘들어 했다”며 “다만 나는 극중 은호와 달리 극복하고 (영화사에) 물량공세하듯 계속 시나리오를 보내곤 했다”고 웃었다.
그는 “그래서 이 영화는 ‘두 사람이 잘 헤어지기 위해 만든 영화’이자 ‘꿈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고 정의했다. 구교환은 “극 중 은호가 여러 과정을 거쳐 취업에 성공하는 장면에 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영화는 많은 것을 갖지 못해 연인에게 해주지 못하는 게 많은 남자들의 열등감을 예리하게 꼬집는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원하는 것을 갖게 된 남자와 여자가 재회한다.
두 사람의 지난 시간은 등장하지 않는다. 구교환은 “우리 모두 다 사랑을 해봤으니 의도적으로 비워둔 것”이라며 “그들의 서사를 나열하면 감정을 강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기자 데뷔 이후 주로 개성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구교환은 ‘만약에 우리’로 처음으로 로맨스 영화에 도전했다. 하지만 그는 한가지 장르에 안주하지 않는다. 올해에도 ‘부활남’, ‘군체’ ‘폭설’등 각기 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다른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다.
구교환은 “내가 소비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인물을 연기하면 지칠 수 있지만 여전히 연기를 좋아하고 흥미로워 한다”며 “연출을 하면 연기가 하고 싶고 연기를 하면 연출이 고픈 게 문제”라고 배시시 웃었다.
◆문가영, 데뷔 20년차에 움켜쥔 ‘로맨스 퀸’ 자리 “놓치지 않을 거예요”
데뷔 20년차를 맞은 배우 문가영이 2026년 만개했다. 그는 9년만에 출연한 영화 ‘만약에 우리’로 ‘로맨스 퀸’ 자리에 우뚝 섰다.
문가영이 연기한 정원은 보육원 출신의 가난한 대학생이지만 건축가라는 꿈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문가영은 20대의 고단함과 싱그러움, 그리고 상처 입은 마음과 30대의 여유로움을 동시에 표현하며 관객을 정원에게 감정 이입하게 만들었다.
정원은 문가영을 ‘로맨스 퀸’으로 성장하게 만든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2022)의 안수영과 비슷한 면모도 있다. 문가영은 “작품을 선택할 때 ‘좋은 이야기’와 ‘관계성’을 보곤 한다. 노래도 사랑 노래를 좋아하고 영화도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작품을 고를 때는 ‘이별 이야기’를 고르는 걸 보니 내가 그런 스토리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그러면서 “‘만약에 우리’는 사랑이 끝난 뒤 좋은 이별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는 마침표같다고 생각했다. ‘만약에’라는 제목도 또 다른 길을 상상하게 만든다. 정원이와 은호가 함께 공유하다 마침표를 찍는 게 영화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극중 정원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건축사에 대한 꿈을 향한 여정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자신과 닮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정원이 건축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열망과 내가 연기를 잘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0세에 아역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문가영은 “배우 이외에 다른 일을 해볼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며 ‘연기 한 우물’을 판 ‘성공한 아역’ 출신 배우이기도 하다.
영화는 ‘과거의 첫사랑’에 대한 후회, 미련을 통해 관객에게 ‘잘 이별하는 방법’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문가영은 “아직 ‘첫사랑’이라는 타이틀을 줄만한 사람을 만난 것 같지 않다”며 “제 첫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끊임없이 허용되는 사람”이라고 MZ세대 다운 답변을 내놓았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영화는 은호와 정원의 관계 외에도 정원을 향한 은호 부친(신정근 분)을 통해 ‘좋은 어른’의 역할을 강조한다. 문가영은 “서른이 되면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올해 서른인데 내가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어 당황했다”며 “그래서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 더 책을 많이 읽는 것 같다”고 했다.
데뷔 20년차에도 여전히 연기가 가장 좋다는 문가영의 차기작은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는 사극 드라마 ‘고래별’이다. 그는 “처음 해보는 장르이기도 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기대된다”며 “2026년에는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길, 그리고 보다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새해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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