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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음으로 페달 오조작 증명했죠" 시청역 사고 밝혀낸 숨은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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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통령 표창 받은 이재형 국과수 연구사
"5년간 급발진 주장 400여건…물리적으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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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사(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어린이용 충돌 테스트용 더미(dummy)를 들고 교통과 팀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2024년 7월 서울 시청 앞. 제네시스 승용차 한 대가 인도로 돌진하면서 14명의 사상자를 낸 최악의 역주행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시내버스 기사로, 40여 년 운전 경력이 있는 베테랑이었다. 사고 직후 그는 "급발진이 일어났다"고 주장했고 재판 과정에서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오인해 밟은 것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고 판단하며 금고 5년을 확정했다.

법원이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과학적 분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자체 개발 프로그램으로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에 녹음된 엔진음을 분석하고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를 대조한 결과, 급발진이 아니라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확인됐다. 분석에 활용된 프로그램을 개발한 인물은 국과수 교통과의 이재형 연구사다.

이 연구사는 시청역에서 발생한 급발진 주장 사고를 비롯해 각종 교통사고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온 공로로 최근 '제11회 대한민국 공무원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 연구사는 2014년 11월 국과수에 입사해 올해 12년 차로 근무 중인 베테랑으로 교통사고 원인 분석과 뺑소니, 육·해·공 전반의 사고 감정을 맡아왔다.

그는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엔진음을 주파수로 분석해 엔진 회전수(RPM)를 추출하고 이를 EDR 데이터와 교차 검증하는 '엔진음 분석' 프로그램을 입사 초 직접 개발했다. 이 기술은 현재 국과수 교통감정의 표준 절차로 자리 잡았다.

이 연구사는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진동은 소리와 같다"며 "블랙박스에 녹음된 엔진음을 주파수로 분석하면 RPM을 구할 수 있겠다고 보고 프로그램을 직접 코딩해 2015~2016년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동이 꺼지면 엔진음이 사라지기 때문에 주행 중 언제 시동이 꺼졌는지도 판단할 수 있다"며 "EDR에 기록된 시점이 모호할 때는 블랙박스에서 추출한 엔진음과 대조해 사고 당시 기록이 실제인지, 조작된 것은 아닌지를 확인한다"고 했다.

이 연구사는 급발진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엔진과 브레이크는 서로 독립적인 구조라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엔진 RPM이 올라갈 수는 없다"며 "제동계통은 기계식이라 고장이 나기 어렵고, 가속페달이 매트에 끼더라도 브레이크 제동력이 엔진 힘보다 강해 차량은 멈추기 때문에 급발진이 물리적으로 일어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국과수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4년 반 동안 급발진 의심 사고 364건 가운데 차량이 완전 파손돼 분석이 불가능했던 43건을 제외하면, 나머지 321건은 모두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확인됐다.

급발진이 아닌 페달 오조작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정 요청 건수도 크게 감소했다. 국과수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감정한 급발진 주장 사고 건수는 40건으로, 같은 기간 96건이었던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 연구사는 "대중들이 급발진에 대한 공포를 유독 크게 느낀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사례가 거의 없는데도 급발진 공포가 커지는 건, 과학적 감정 결과를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상 수상의 공로를 교통과 팀원들에게 돌렸다. 이 연구사는 "최근 5년간 급발진 주장 사고가 400건이 넘으면서 검사 항목이 많아 직원들이 정말 고생했다"며 "저희 과가 일이 없어야 시민이 안전한 거다"라고 웃었다.

이 연구사는 사소한 일로도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부산은 산이 많아 좁은 산길을 후진해 돌다 내리막으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시동이 꺼지며 제동력이 약해지는 사고가 자주 난다"며 "이런 사례를 지자체와 공유해 위험 구간을 알리고 현수막을 설치하는 식으로 홍보를 요청하면 사고가 줄지 않을까 싶다"고 희망했다.

끝으로 그는 "저희 교통과가 지난해 운전자의 인지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를 도입했다"며 "지금까지 감정한 페달 오조작 사고의 운전자 인지 오류 원인이 도로 환경에 기인한 것인지, 또는 고령에 따른 운동 능력 저하에 의한 것인지 다양하게 분석하고 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유관 기관 및 부처와 협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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