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샘스클럽은 3년 전 36개 매장에서 현재 약 60개 매장으로 확장했으며, 일부 매장은 연간 5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WSJ]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중국 선전의 한 샘스클럽 매장. 주말 오후, 아이들은 대형 쇼핑 카트에 올라타 있고 부모들은 천장이 높게 뚫린 통로를 천천히 걸으며 계란과 스테이크, 수입 과자를 고른다. 시식 코너 앞에는 줄이 늘어서 있다. 얼핏 보면 미국 교외의 코스트코 풍경과 다를 게 없다. 다만 한 가지. 여기는 코스트코가 아니라 샘스클럽이다.
미국에선 늘 코스트코의 그늘에 가려 있던 샘스클럽이 중국에서는 판을 뒤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샘스클럽이 중국에서 코스트코가 장악한 바로 그 영역에서 보기 드문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선 2등’이었던 브랜드가 중국에서는 프리미엄 창고형 매장의 대표주자가 된 셈이다.
숫자부터 다르다. 샘스클럽은 중국에 약 6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3년 전 39개에서 빠르게 늘었다. 일부 대형 매장은 연매출이 5억달러를 넘는다. 반면 코스트코는 2019년 중국 1호점을 연 뒤 현재 매장이 7개에 그친다. 중국에서 먼저, 더 깊게 들어간 쪽은 샘스클럽이었다.
중국에서 샘스클럽은 3년 전 36개 매장에서 현재 약 60개 매장으로 확장했으며, 일부 매장은 연간 5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WSJ] |
이 반전의 출발점은 “중국은 백지상태”라는 판단이었다. 미국에서 샘스클럽은 월마트의 저가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소상공인과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 타깃도 흔들렸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달랐다. 샘스클럽은 아예 프리미엄으로 출발했다. “코스트코가 들어오면 차지할 자리를 우리가 먼저 차지하자”는 내부 목표가 있었다.
2012년부터 올해 초까지 샘스클럽 중국 사업을 이끈 앤드루 마일스 전 대표는 핵심 고객을 내부적으로 “BMW 회원”이라고 불렀다. BMW를 몰고 아이를 데리고 매장에 오는 35~45세의 부유한 주부들이다. 값싼 대량 구매보다 “다른 데서는 못 사는 것”에 반응하는 층이다.
그래서 샘스클럽은 싸움의 규칙을 바꿨다. 회원비를 올려 배타성을 강조했고, 상품은 ‘보물찾기’처럼 구성했다. 전 세계에서 들여온 수입 식품, 중국에서 인기 있는 재료의 고급 버전, 샘스클럽에서만 파는 쿠키와 디저트가 대표적이다. 얇은 쿠키에 크림을 듬뿍 넣은 오레오, 해외 브랜드 간식들이 중국 SNS에서 화제가 됐다.
중국에서 샘스클럽은 3년 전 36개 매장에서 현재 약 60개 매장으로 확장했으며, 일부 매장은 연간 5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WSJ] |
중국 소비 환경도 이 전략에 힘을 실었다. 부동산 경기 둔화 이후 전반적인 소비는 조심스러워졌지만, 여전히 ‘쓸 수 있는 사람’은 많다. 월마트에 따르면 중국 매출은 최근 분기 기준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중국은 월마트의 해외 시장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 됐다. 샘스클럽은 그 중심에 있다.
회원제 구조도 미국과 비슷하면서 다르다. 중국에서 기본 회원비는 연 37달러, 프리미엄은 97달러다. 프리미엄 회원은 구매액의 2%를 캐시백으로 돌려받는다. 가격보다 “회원이냐 아니냐”가 정체성을 만든다. 상하이에 사는 30대 회계사 가오 루루는 “다른 슈퍼마켓에서는 못 사는 물건이 있고, 가격도 괜찮다”며 한 달에 한두 번 매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 모델이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건 아니다. 샘스클럽이 1996년 선전에 첫 매장을 열었을 때만 해도 “비좁은 아파트에 사는 중국 도시 소비자에게 창고형 매장은 안 맞는다”는 회의론이 많았다. 실제로 2012년만 해도 매장은 8곳뿐이었다. 전환점은 중산층과 고소득층 데이터였다. 그래프에서 ‘위쪽으로 치솟는 선’을 본 뒤, 전략은 완전히 바뀌었다.
물론 논란도 있었다. 올해 초 일부 소비자들이 “오리온 초코파이처럼 다른 데서도 살 수 있는 걸 왜 파느냐”며 불만을 제기했고, 국영 언론까지 이를 보도했다. 월마트는 “고객 의견을 상품 구성에 반영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프리미엄 전략이 자리 잡을수록 기대치도 함께 높아진다는 뜻이다.
중국에서 샘스클럽의 성공은 월마트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싸게 파는 유통 공룡이 아니라, 프리미엄을 설계할 줄 아는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코스트코를 넘지 못했지만, 중국에서는 먼저 자리를 잡았고, 그 틈을 넓혔다. 창고형 할인점의 승부는 ‘가격’이 아니라 ‘이야기’라는 걸, 샘스클럽은 중국에서 증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