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성장률 둔화가 주요 원인
올해도 3만7000달러대 그칠 듯
반도체 경쟁국 대만은 4만弗 전망
22년 만에 한국 제치고 앞서나가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6000달러 수준을 간신히 유지한 것으로 추산됐다. 3년 만에 줄어든 것으로 원화가치의 급격한 하락과 성장률 둔화 때문이다. 정부 목표대로 올해 2.0% 성장률을 달성한다 해도 1인당 GDP는 2021년 수준인 3만7000달러대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비해 반도체 산업 경쟁국인 대만은 22년 만에 한국을 추월해 올해 1인당 GDP 4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 'K자형' 성장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경제·산업·노동 등의 핵심적인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3만6107달러로 전년보다 0.3%(116달러)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1인당 GDP가 줄어든 것은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달러 환산 경상GDP는 1조8662억달러로 전년보다 0.5% 줄었다. 이 또한 2022년(1조7987억달러) 이후 3년 만에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1400원대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1인당 GDP를 끌어내린 게 가장 큰 이유다.
1인당 GDP 산출의 근거는 지난 9일 발표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지난해 경상성장률 3.8%다. 이를 재경부가 추산한 경상GDP(2024년 2556조8574억원)에 대입하면 지난해 경상GDP는 2654조180억원으로 나온다. 이를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1422.16원)을 반영해 장래추계 총인구(5168만4564명)로 나눈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 예상치는 1.0%로 2020년(-0.7%) 이후 가장 낮다. 역대 최고 수준의 원·달러 환율로 달러 환산 GDP는 더 쪼그라든 것이다.
올해 1인당 GDP는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큰데 증가폭은 높지 않다. 최대 변수인 환율 때문이다. 지난해 수준의 평균 1420원대 환율이 지속된다면 1인당 GDP는 3만7932달러로 예상된다. 이보다 내려가면 3만8000달러대로 올라설 수 있다.
우리나라 1인당 GDP가 3만달러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2016년(3만839달러)이다. 이후 완만하게 오르면서 2018년 3만5359달러까지 늘었다. 그러나 코로나팬데믹과 주력산업 글로벌 경쟁 심화, 내수 둔화 등의 여러 영향으로 2년 연속 쪼그라들었다. 2020년 3만3652달러로 줄었다.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으로 경기부양에 나섰고 수출도 늘면서 2021년 3만7503달러로 반등했다.
그러나 건설경기 둔화와 제조업 업황 악화, 물가 상승 등의 장기침체 국면에 빠지면서 1인당 GDP는 3만4810달러로 다시 감소했다. 10년째 1인당 GDP 3만달러대를 뚫지 못한 채 성장이 정체돼 있다는 의미다.
대만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1인당 GDP가 4년 연속 오르고 있다. 지난해 1인당 GDP를 3만8478달러로 추산했는데, 한국을 훌쩍 넘어섰다. 올해 한국이 성장률 2.0%를 달성한다는 전제로 본 1인당 GDP보다 많은 규모다.
대만은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4.45%에서 7.37%로 3%p 가까이 올려잡았다. 성장률로 따지면 한국(1.0%)과 6%p 넘게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대만달러 가치가 우리보다 덜 떨어졌다. 이런 환율과 성장 격차라면 대만은 상당 기간 한국을 제치고 앞서나갈 것이 확실시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한국의 1인당 GDP가 2025년 세계 37위로 2024년(34위)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대만은 38위에서 35위로 한국보다 한 계단 위에 설 것으로 봤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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