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종로구 동승동에서 서울시 장애인콜택시에 탑승하는 허종 씨의 모습. 정주원 기자 |
“장애인 콜택시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하루 일정을 좌우하는 변수예요.”장애인 콜택시 이용객 허종(49) 씨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고양시청에서 서울 종로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이동하던 허종(49) 씨는 장애인 콜택시 호출 화면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오후 12시24분 접수 당시 대기자는 33명. 실제 승차까지는 약 90분이 걸렸다.
대기 인원은 한동안 줄지 않다가 갑자기 10명, 8명, 다시 2명으로 급감했다. 취소가 몰린 탓이었다. 허 씨는 “취소율이 20%는 넘는 것 같다. 밥 시켜놓고 기다리다 갑자기 배차가 잡혀서 먹다 말고 나간 적도 많다”며 “10분 안에 못 타면 자동 취소되고, 다음 이용에 제한까지 걸려 더 불안해진다”고 했다.
이 때문에 경기도 일산신도시에 사는 허씨는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로 이동하면서도, 평소 서울과 경기도를 오갈 때의 교통수단으로 택시보단 대중교통 이용을 선호한다고 한다. 허씨는 “날이 정말 춥거나 지하철역과 목적지가 지나치게 먼 경우를 제외하면 콜택시 이용은 잘 안한다”고 토로했다.
이날 서울에 도착한 뒤 다른 장소로 이동을 위해 다시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를 불렀지만, ‘대기 10분’이라는 안내와 달리 승차까지는 약 50분이 소요됐다. 허씨는 이마저도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짧은 방학 기간을 맞아 배차가 빨리 되는 편이라며 오히려 안도했다.
경기도 장애인 콜택시를 호출하고 카카오톡으로 대기 시간 및 지연 상황을 안내받는 모습. [허종 씨 제공] |
허씨는 “이 정도면 빨리 배차된 것”이라며 “특히 중간에 목적지와 동승자 등 승차정보도 바꿨는데, 이용객들이 많을 때는 이러한 수정 사항도 반영이 어렵다. 센터 방학 기간이 아니라면 2시간 대기는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기 시간이 긴 것도 문제지만, 언제 탈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게 가장 힘들다”며 “그때그때 취소하는 사람이 많고 운이 좋아야 원하는 시간에 약속 장소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언제 올지 몰라 더 힘들다”…현장이 말한 대기시간
이 같은 현장 체감은 현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과 서울시가 장애인 콜택시 운영 방식을 두고 벌이고 있는 논쟁의 핵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충돌 쟁점은 ‘차량 대수’가 아닌 ‘운행 시간’과 이를 가능하게 할 운전원 인력 확충 여부다.
전장연은 지난 2일 시청역, 7일 혜화역에서 장애인 콜택시 탑승 시위를 벌이며 장시간 대기 문제를 구조적 차별로 규정했다. 전장연 측에 따르면 서울의 장애인 콜택시는 법정 차량 대수는 충족하고 있지만, 운전원 부족으로 하루 평균 실제 운행 시간은 약 7시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예약제가 아닌 ‘즉시콜’ 체계인 만큼, 호출 이후 수십 분에서 길게는 수 시간까지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주장이다.
전장연 관계자는 “장애인 콜택시는 대중교통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도입된 사실상 최후의 이동 수단”이라며 “차량이 있어도 운행을 못 하면 권리는 종이 위에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근·통학·치료 등 일상 활동을 고려하면 최소 하루 16시간 이상 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장연은 차량 1대당 운전원 2.5명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가 2명, 중앙정부가 0.5명을 분담하는 구조다. 전장연 측은 정규직 운전원 평균 인건비를 기준으로 산출할 경우, 필요한 추가 예산은 최대 1100억원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전장연은 “한강 버스 등 다른 교통 정책에 투입되는 예산과 비교하면 결코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이동권은 선택적 복지가 아니라 기본권”이라고 주장했다.
‘효율’과 ‘권리’ 사이…서울시와 전장연의 평행선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 앱의 이용 모습. [허종 씨 제공] |
서울시는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비효율성 문제를 들어 선을 긋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운영 중인 장애인 콜택시는 총 818대로, 이 중 서울시설공단 운영 차량이 692대이고 법인 운영 차량이 126대다. 공단 운영 차량은 대당 운전원 1.2명을 확보해 24시간 운영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법인 차량은 주간 중심으로 운행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애인 콜택시 수요는 하루 종일 균등하지 않고 출퇴근 시간대에 집중된다”며 “차량 1대당 운전원 2.5명을 상시 배치할 경우, 비혼잡 시간대에 유휴 인력이 대거 발생해 예산 대비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대신 단시간 운전원(5시간 근로) 투입 방식을 통해 수요 집중 문제를 보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시는 지난해부터 4~12월 기간제 형태의 단시간 운전원 120명을 추가 투입해 출퇴근 시간대 운행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서울시 측은 “전문기관 용역 결과에서도 적정 인력은 차량 1대당 약 1.45명 수준으로 분석됐다”며 “올해는 단시간 운전원 채용을 175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단시간 운전원 활용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결론”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의 장애인 콜택시 관련 연간 예산은 약 810억원 수준이다.
다만 실제 이용객들의 현장 반응은 싸늘하다. 허씨는 “요즘 콜택시를 이용할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대기 시간의 불편함과 불규칙성에는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며 “운전원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택시보다 이동이 불편한 대중교통을 선택하게 된다”고 했다.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의 모습. 정주원 기자 |
현재까지 양측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장연은 이동권을 교육·노동·자립생활로 이어지는 출발점으로 보고, 예산의 우선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제한된 재정 여건 속에서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대를 중심으로 효율을 높이는 운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논쟁이 단순한 교통 서비스 논의를 넘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의 책임 주체와 예산 우선순위를 둘러싼 구조적 갈등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전장연과 서울시의 주장 모두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며 “출퇴근 시간대에 수요가 집중되는 구조에서 단시간 운전원 투입은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그 외 시간대에는 여전히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
최교수는 이어 “차량 1대당 운전원 2.5명 배치가 가장 이상적인 해법인 것은 분명하지만, 재정 여건상 단번에 실현하기 어렵다면 단계적 확대와 계절·시간대별 집중 운영 같은 현실적 조합이 필요하다”며 “이 문제는 결국 예산과 권리, 효율성 사이에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