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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생업, 밤에 축구’ 6부 팀이 챔피언 꺾어…FA컵 동화 같은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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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클즈필드 조쉬 케이가 10일(한국시각) 2025~2026 FA컵에서 크리스털 팰리스에 승리한 뒤 팬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매클즈필드/AP 연합뉴스


팟캐스트 진행자,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자, 부동산 투자자 등이 모인 팀이 최강 프로팀을 꺾었다면?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10일(한국시각) 영국 매클즈필드 리징닷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 잉글랜드(FA컵) 3라운드(64강전)에서 6부 리그(내셔널리그 노스) 매클즈필드가 1부 리그(프리미어리그)이자 디펜딩 챔피언 크리스털 팰리스를 2-1로 꺾고, 4라운드에 진출했다.



두 팀간 순위 격차는 무려 117개. 팰리스는 1부 리그 13위, 매클즈필드는 6부 리그 14위다. 논리그(5부 이하) 팀이 FA컵에서 지난 시즌 우승팀을 꺾은 것은 1908~1909시즌 이후 117년 만이다. 당시 1라운드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울버햄프턴을 꺾은 팀이 바로 팰리스였다. FA컵에서 논리그 팀이 최상위리그팀에 승리한 것도 9번에 불과하다. 폭스스포츠 등 외신들이 “FA컵 최대 이변”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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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클즈필드 아이작 버클리 리케츠가 10일(한국시각) 2025~2026 FA컵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매클즈필드/AFP 연합뉴스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은 어디서나 주목받지만, 매클즈필드의 승리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더해져 눈길을 더 끈다. 매클즈필드는 해체됐다가 지역사회 힘으로 재탄생한 팀이다. 1874년 매클즈필즈 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창단됐으나, 2020년 재정난으로 해체됐다. 내셔널리그 퇴출 당시 부채가 50만파운드(69만9950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지역 사업가 로버트 스메서스트가 클럽을 인수해 2021~2022시즌 9부 리그에서 다시 시작했다. 4시즌 만에 3번의 승격을 거듭하며 6부 리그까지 올라섰다. 로버트 스메서스트는 티엔티(TNT)스포츠와 인터뷰에서 “5년 전 이 클럽을 샀을 때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며 “믿을 수 없다”고 감격해했다.



매클즈필드 소속 선수들은 축구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대부분 본업을 갖고 있다. 낮에는 생업을, 밤에는 축구를 한다. 디마니 멜러는 팟캐스트 공동진행자이고, 팀 내 최다 득점자인 대니 엘리엇은 축구 선수들의 자산 관리를 돕는 부동산 투자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루이스 펜섬은 체육관을 운영하고 샘 히스콧은 학교에서 일하는 교직원이다. 영국 리얼리티 티브이(TV) 프로그램 ‘러브 아일랜드’에 출연해 인기를 얻은 톰 클레어도 이 팀의 공격수다. 그래서 팬들은 매클즈필드를 “금수저가 아니라 비단 실로 꿰맨 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매클즈필드가 18~19세기 영국 최대 비단 직물 산업 도시였던 것에 빗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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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클즈필드 존 루니 감독(왼쪽)이 형이자 전 축구 스타인 웨인 루니와 경기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매클즈필드/AFP 연합뉴스


거짓말 같은 승리를 동료에 헌정한 감동의 순간도 연출했다. 21살 공격수 이선 매클라우드는 지난달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이선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그의 가족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폴 도슨과 함께 득점한 아이작 버클리 리케츠는 외신과 인터뷰에서 “골 직후에 이선을 떠올렸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존 루니 감독도 “오늘 이선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 루니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웨인 루니의 동생이다. ‘형’ 루니는 이날 비비시(BBC) 해설위원으로 현장에서 중계에 참여했다. 루니는 동생의 성과에 “감격스럽다. 대단한 업적을 이뤘다”고 했다. ‘동생’ 루니 감독은 “우리는 승리할 자격이 있다”며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감동의 순간이 모인 이날의 승리를 “토요일 동화같은 승리”라고 보도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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