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치과의사 이모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대법원 제공 |
앞서 이씨는 A 의료법인 대표로서 B 치과병원을 운영하면서 C 사단법인 명의를 이용해 D 의원과 E 치과의원 등 다른 의료기관을 중복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의료법 33조 8항에는 ‘의료인은 어떤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의료인이 하나의 의료기관에서 책임 있는 의료행위를 하게 해 의료행위의 질을 유지하고, 지나친 영리 추구와 의료의 공공성 훼손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다만 의료인과 달리 의료법인은 공공성과 비영리성을 전제로 설립된 재단법인으로, 여러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다.
이 사건 1, 2심은 이씨가 각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해 중복 운영했다는 검찰 주장을 인정해 그가 의료법의 이 같은 1인 1개소 원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단순히 의료인이 다른 의료기관의 운영에 관여했다는 사정만으로 1인 1개소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의료법인이 의료기관의 지역 편중 해소와 민간 의료의 공공성 제고를 위해 도입됐고, 국가의 관리와 감독을 받아 설립·운영된다는 점에서 의료인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의료법이 의료인과 달리 의료법인에 대해 개설·운영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연유도 이런 의료법인 제도의 입법 목적과 견제 가능성에 대한 고려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은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이사 등의 지위에서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다른 의료기관의 경영사항에 관해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 중복 개설·운영 금지 취지를 저해해 1인 1개소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이번 사건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뤄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않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해 의료법인의 공공성과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등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의료법인 설립과정의 하자가 의료법인 설립 허가에 영향을 미치거나 의료기관 개설·운영에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는 것인지 여부, 의료법인의 재산이 유출된 정도와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악용됐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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