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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하면 출동, 비용은 사회 몫…공중협박 반복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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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파 협박 1년 177건…처벌은 약하고 사회적 비용은 눈덩이
공중협박 '무관용 원칙' 강조...손배소 규정 없어, 형사처벌 지난해 신설
"'이 정도의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 갖도록 해야"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8월 오후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해당 백화점 내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글이 올라와 경찰 및 소방 관계자들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폭파 예고 등 허위 협박글로 특정인과 기업, 장소를 위협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갈수록 늘고 있다. 경찰은 공중협박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처벌 규정이 신설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대중의 인식이 부족한데다,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한 법조항도 없어 범죄는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엄정한 형사 처벌과 동시에 소요된 사회적 비용을 범죄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공중협박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6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폭발물 추정 사진과 함께 오송역 폭파 협박글을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본 시민이 같은 날 오후 2시40분께 신고해 경찰 특공대가 오송역에서 수색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위험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은 경기남부경찰청과 공조해 신고 접수 3시간 만에 A씨를 검거했다.

이처럼 폭파 협박 글이나 살인 예고 글을 올리는 허위 협박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찰은 지난달 16일 개인 SNS에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앞에 있는 쓰레기통에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넣지 않으면 서울 주유소 중 한 곳을 폭발시키겠다"고 한 10대 여성을 붙잡았다. 같은 달 22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탄테러 예고로 (팬미팅) 취소를 유도한다"는 게시글을 작성한 10대 남성을 검거했다.

경찰은 테러 예고와 같은 허위 협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무관용 수사 원칙을 강조하며 협박범들에게 엄정한 책임을 묻고 있다.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폭파 협박 글 게시자'와 '야탑역 살인 예고 글 게시자'를 상대로는 수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수사와 형사재판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법원의 판단이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다. 공중협박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적시한 법 조항도 아직 없다.

현재까지 공중협박으로 발생한 손해배상 책임은 민법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규정을 근거로 한다.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법령을 위반한 행위로 손해를 발생케 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부분이다. 다만 공중협박이 불법행위라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선 수사를 먼저 해야 한다. '공중협박죄'는 지난해 3월 형법에 신설됐다. 불특정 또는 다수 사람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며 공연히 공중을 협박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이다. 하지만 새로 생긴 탓에 '죄가 되는 행위'라는 인식이 대중들에게 아직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협박범들은 허위 협박으로 사회가 공포에 떠는 모습을 보며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심리를 느끼는데,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선 처벌의 구체적인 가시화가 필요하다"며 "공중협박을 저질렀을 때 '이 정도의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고 형사처벌과 더불어 손해배상 청구가 반드시 병행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현실적으로 현재 공중협박 범죄에 대한 형량이 낮고 처벌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면서 범죄 억제 효과가 크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공중협박을 저질렀을 때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확실성과 직접적으로 불이익이 체감되는 장치가 작동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관련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게시된 폭파 협박 글은 총 177건에 달했다. 협박 장소는 연예인 자택을 비롯해 백화점, 회사 사옥, 지하철역 화장실, 파출소 등으로 다양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중협박 범죄가 반복되는 이유는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 환경에선 자신이 한 말이 실제로 어떤 혼란과 공포를 낳는지,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지 구체적으로 상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타인을 움직이고 주목을 받으면서 '권력'을 가졌다는 느낌을 받으려는 행동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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