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법원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재판이 숨 가쁘게 이어진다. 체포방해 혐의에 대한 첫 선고가 내려지고, 12·3 비상계엄 사건의 핵심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은 결심공판을 마친다. 여기에 ‘평양 무인기 의혹’과 위증, 호주 도피 사건까지 겹치며 윤 전 대통령 관련 재판만 이번 주에 다섯 건이 몰려 있다. 사법적 판단의 분기점이 연달아 도래하는 한 주다.
가장 먼저 결론이 나오는 사건은 체포방해 혐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2시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린다. 윤 전 대통령이 기소된 이후 처음으로 내려지는 법원의 판단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내란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총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체포를 방해한 혐의에 징역 5년, 국무위원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하고 외신 기자들에게 허위 사실을 전파한 혐의, 비화폰 증거 인멸 혐의에 각각 징역 3년을 요청했다.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과 관련해서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권력을 사유화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정당화한 중대 범죄”라며 “법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체포방해 혐의 역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내란 수사권이 없다는 점을 들어 수사 자체가 위법하다고 맞섰다.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혐의에 대해서도 “대통령에 대한 자문이 권리·의무 관계가 되는지 의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체포방해 사건의 선고에 이어, 비상계엄 사건의 본류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도 중대 고비를 맞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3일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군·경 수뇌부 7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다시 연다.
당초 지난 9일 모든 절차를 마칠 예정이었지만, 김 전 장관 측이 제출한 서류 증거 조사에만 8시간 가까이 소요되며 재판이 장시간 이어졌다. 결국 재판부는 추가 기일을 지정하며 “다음 기일에는 반드시 종결한다”고 못 박았다. 윤 전 대통령 측 역시 증거 조사와 최후변론에 6~8시간이 필요하다고 예고해, 이날 재판은 늦은 시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검팀의 구형 수위도 주목된다. 형법상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세 가지뿐이다. 30년 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고, 법원은 최종적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특검팀은 구형이 미칠 사회적 파장과 다른 재판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지난 8일 6시간에 걸쳐 내부 회의를 진행했으며, 사형과 무기징역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판단은 조은석 특검이 내릴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을 둘러싼 또 다른 재판들도 이번 주 본격화된다. 내란 특검팀이 기소한 이른바 ‘평양 무인기 의혹’ 사건의 첫 공판이 12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이정엽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 혐의를 심리한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 북한과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를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고 보고 있다. 해당 무인기가 평양 인근에서 추락하면서 군사 기밀이 유출된 만큼, 적과의 공모 여부와 무관하게 일반이적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이다.
같은 날에는 비상계엄 국무회의와 관련한 위증 혐의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도 열린다. 윤 전 대통령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방조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무회의를 사전에 계획한 것처럼 허위 증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14일에는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 사건도 첫 공판준비기일을 맞는다. 이 사건에는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전직 고위 인사들도 함께 기소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사실상 도피를 도왔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주는 윤 전 대통령 관련 재판의 방향과 무게중심이 동시에 드러나는 시점”이라며 “개별 사건의 결론뿐 아니라 전체 사건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earthgir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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