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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재산, 형제 우애를 지킬 것인가 깨뜨릴 것인가[상속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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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주 변호사의 상속 비법(96)
기대의 불일치가 형제 우애를 갈라놓는다
부모의 생전 준비와 형제 간 대화가 해법
재산 얻고 가족 잃는다면 그것이 승리일까
이데일리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안다상속연구소장] 필자가 상속 상담을 하다 보면 다른 형제나 자매를 향한 날 선 비난을 자주 듣게 된다. 상속사건은 재산을 나누는 문제이기 이전에, 오랜 관계가 재편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혼사건이 부부관계의 해체를 동반하듯, 상속분쟁 역시 형제자매 사이의 관계를 근본부터 흔드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과거에 쌓였던 작은 서운함과 감정의 골은 상속이라는 계기를 통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왜 상속이라는 사건 앞에서 형제들은 쉽게 갈등하고, 결국 우애가 깨지는 결과에 이르게 되는 것일까.

서울 강서구 가양동 일대에 전해 내려오는 ‘형제투금탄’(兄弟投金灘) 전설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애가 깊었던 형제가 길을 가다 우연히 금덩어리를 발견하고, 하나씩 나누어 배에 올랐을 뿐인데 마음속에는 곧 비교와 욕심이 스며든다. ‘형제가 없었다면 이 금을 모두 가질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자, 동생은 차라리 금을 강물에 던져버린다. 형 또한 같은 선택을 한다. 가양동에 있는 형제투금탄의 전설은 지금 우리에게도 많은 교훈을 준다. 금보다 우애가 소중하다는 교훈말이다.

그러나 이 전설은 어디까지나 이야기일 뿐이다. 현실의 상속분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금덩어리를 나누는 순간 흔들리는 형제애처럼, 상속재산 역시 형제의 관계를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골룸이 절대반지 앞에서 욕망을 억누르지 못하듯, 상속재산도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절대반지’가 된다. 상속인 중에 골룸 같은 사람이 나타난다. 그 이유는 대부분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취득이 일생에 있어 가장 많이 돈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애가 좋았던 다산 정약용도 형제자매란 나이가 들수록 각자의 삶으로 흩어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했다. 형제는 각자 가정을 이루고, 생활의 중심도 달라진다. 부모가 생존해 있을 때는 그 부모가 형제를 묶는 중심축이 되지만, 부모가 사라지면 형제는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다. 상속재산이 없어도 형제 관계는 시간이 흐르며 느슨해진다. 여기에 상속재산이라는 이해관계가 더해지면, 갈등은 더욱 선명해지고 폭증한다.

상속분쟁에서 우애가 깨지는 가장 큰 원인은 ‘기대의 불일치’다. 어떤 이는 법정상속분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여기고, 또 다른 이는 부모를 더 많이 돌본 만큼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생전에 받은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러한 서로 다른 기대가 사전에 정리되지 않은 채 상속이 개시되면, 재산은 곧 분쟁의 불씨가 된다.

그렇다면 상속 분쟁 속에서도 형제 우애를 지킬 방법은 없을까. 첫째, 상속은 사후의 문제가 아니라 생전의 준비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부모가 유언이나 신탁을 통해 자기 의사를 분명히 남기는 것만으로도 많은 분쟁은 예방된다. 부모님의 침묵은 공평이 아니라, 오해와 갈등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 형제들 역시 상속을 권리의 문제를 넘어 관계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법적으로 옳은 주장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평생 이어온 형제 관계를 끊을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상속 분쟁에서 가장 큰 손실은 재산이 아니라 평생 가져온 가족관계의 단절이다.

셋째, 감정이 격해지기 전에 제3자인 상속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변호사나 상속조정 절차는 승패를 가리는 장치가 아니라,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완충 장치다. 소송으로 가기 전에 상속재산과 기대를 솔직하게 정리해 보고 형제자매들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갈등은 상당 부분 줄어든다.

상속은 형제 우애를 시험하는 사건이다. 준비 없이 맞이한 상속은 우애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상속재산분할은 원칙적으로 전원의 합의가 필요하므로, 단 한 사람의 이견만으로도 분쟁은 장기화한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와 대화,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상속은 관계를 파괴하는 칼이 아니라, 형제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될 수도 있다. 상속이 우애를 지켜주는 계기가 될지, 완전히 무너뜨리는 사건이 될지는 결국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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