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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꼴 난다? 정세현 "尹 구속됐다고 미군 작전? 정치인 수준 너무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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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미군을 동원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것을 두고 미국 안팎으로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이 사건이 전 세계에 미치는 미국의 헤게모니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증거라는 진단이 나왔다.

7일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대담에서 "트럼프의 마두로 체포는 미국 정부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한 것인데, 그게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더 중요한 것은 세계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왔던 국제 질서가 더 빠른 속도로 무너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전망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내세웠는데 '다시'(Again)라는 이 말 속에는 '미국이 이미 힘이 기울었는데 다시 살리자'는 함의가 있는 것"이라며 "마두로의 체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Make America Go Away', 즉 미국을 몰락하게 하는 사건이 돼버렸다"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해 말 나왔던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먼로주의'를 선언했는데, 이는 구체적으로 보면 트럼프 정부가 더 이상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라고 분석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을 비롯해 정치권 일부에서 한국도 베네수엘라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박 고문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들어가서 작전을 한 것은 아메리카 대륙에 자기들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인데, 중국과 가까이 있고 상당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을 베네수엘라 다루듯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한국을 베네수엘라처럼 다루기에는 아무런 핑계도 댈 수 있는 것이 없다. 윤석열을 구속시켰다고 해서 그렇게 할 수도 없고, 2만 8000명의 주한미군이 평택에 있다고 하지만 한국 대통령을 잡아다가 미국 법원에 세운다고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한국이 무기 수출 세계 4위 국가라 핵무기 빼고 못 만드는 것이 없는 정도다. 우리는 베네수엘라와는 달리 군사 강국이고 국제적 위상도 비교가 안 된다. 경제력도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그런데 한국이 베네수엘라처럼 된다? 국민들의 수준은 높은데 정치인들의 수준은 너무 낮은 것 같다. 한국 극우 정치인들의 수준은 초등학생보다도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를 지켜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김정은은 계속 미국의 비위에 거슬렸다가는 나중에 세게 보복을 당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베네수엘라 사태가 표면적으로는 북미 관계에 악재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역으로 북미 관계 개선의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고 본다"고 예측했다.

그는 "이번에 미군이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안전가옥까지 들어가서 잡아냈는데, '백두혈통'이라고 하는 그 가문이 그런 위기의 순간, 즉 미국으로부터 공격을 당할지 모른다고 할 때 귀신처럼 빠져나가는 데는 따라갈 자가 없다"라고 전했다.

정 전 장관은 "1994년 6월 김일성이 평양에 들어간 카터 전 미국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 주선해 달라고 한 것은 미국의 북한 폭격 계획이 겁나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오히려 빨라질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신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조건은 아니고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하고 핵 동결 정도로 협상을 하자고 할 수는 있다. 미국이 북한에 이렇게 제안하면 김정은으로서는 미국이 이렇게까지 양보를 했는데 트럼프의 비위를 거슬렀다가 나중에 군사 작전까지는 몰라도 경제적으로 타격이 더 커지면 어쩌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라며 미국이 일정 부분 회담 조건을 북한의 입맛에 맞게 제안하면 북한도 여기에 호응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 전 장관은 "한국도 이런 걸 가지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공개적으로 이야기는 못하지만 이번 마두로 사건 때문에 당신들이 김정은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기만 하면, 비핵화를 전제로 한 회담이 아니고 동결에서 일단 시작을 하자고 하고, 경제 제재 해제 이야기를 하라는 식으로 설득해야 한다. 이런 것이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 중 하나"라고 주문했다.

대담은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사)한국통일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대담 주요 내용이다.

프레시안

▲ 정세현(왼쪽) 전 통일부 장관과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 ⓒ프레시안(이재호)



박인규: 올해가 1876년 일본의 압박을 받아 조선이 첫 개항을 한지 150주년 되는 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집권 당시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을 이야기할 때부터 '서세동점'(西勢東漸, 서양 세력이 동양을 지배하는 시대)이 끝났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제 중국을 중심으로 동양세력이 떠오른다는 움직임이 있는 때라서 지난해 11월 에이펙(APEC,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이후 두 달 만에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이 단순한 회담의 차원 이상의 역사적 흐름으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한중 정상회담에서 경제인 200명이 함께 들어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날을 세우고 중국과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사실상 관계를 관리하지 않았는데, 한국 외교가 자율성과 자주성을 가져야할 때 중국에 방문해서 대체적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하는 것 같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냈어야 했는데 결국 실패했고, 과거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 침공할 때 그래도 '테러와의 전쟁', '대량 살상 무기' 등의 명분을 가지고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완전 '마피아'식으로 그냥 베네수엘라로 들어가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버렸다.

국제법을 위반한 미국을 비판하기는 쉬운데 어쨌든 우리가 미국의 영향권에 깊이 들어와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어떻게 입장을 내야 할지 간단치 않은 문제가 있다.

정세현 :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2011년 저서인 <온 차이나(On China)>에서 미국을 '쇠퇴하는 국가'로, 중국을 '떠오르는 국가'로 규정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마두로 체포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왕따를 당하면서 쇠퇴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본다. 결국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해는 서산을 넘어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내세웠는데 '다시'(Again)라는 이 말 속에는 '미국이 이미 힘이 기울었는데 다시 살리자'는 함의가 있는 것이다. 마두로의 체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Make America Go Away', 즉 미국을 몰락하게 하는 사건이 돼버렸다.

지난해 말 나왔던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먼로주의'를 선언했는데, 이는 구체적으로 보면 트럼프 정부가 더 이상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중국의 국력 신장세를 '인도 태평양 전략'을 바탕으로 꺾으려고 했는데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하고 그렇다면 소위 '서반구'라도 강화해서 힘을 길러야 되겠다, 다시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돌아와야 되겠다는 계산을 한 연장선상에서 이번에 마두로 사건이 일어났다고 본다. 물론 서반구로 돌아온다고 해서 이를 '인도 태평양 전략'의 종언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더 이상 쉽지는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등을 앞세우고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려고 그랬는데, 중국과의 관계를 떠나서 자신들의 국익을 생각할 수 없는 형편에 있는 동아시아 지역의 동맹국들이 적극적으로 협조를 안 해주기도 했다. 이는 애초에 이런 나라들을 끌어들여 중국을 압박하려 했던 계산이 잘못됐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1823년에 나온 미국의 먼로주의(Monroeism)는 소위 유럽과 관계를 끊으면서 일종의 고립주의적인 측면이 있었다. 지금은 세계 1,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가지고 있던 전 지구적 차원에서의 헤게모니가 점점 쇠약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와 미국의 극우적인 성향의 인사들은 남북미 대륙이라도 자기네 세력권으로 키워서 다시 헤게모니를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이제는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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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세계를 소련과 나눠 가졌다. 소련 붕괴 이후 단극 체제를 20년 거친 뒤 중국이 2010년부터 G2국가로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이 나라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나 저력이 만만치 않다.

한국은 1876년 개항 이후 뒤늦게 서구 중심의 국제 질서에 들어가다 보니 사실상 서구 중심의 국제질서의 맨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6.25 전쟁 때문에도 미국 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개항 150주년이 되는 올해를 계기로 해서 '팍스 아메리카나'의 변두리에 있던 나라가 팍스 아메리카나 이외의 국제 질서,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팍스 시니카'(Pax Sinica,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 쪽으로 넘어가야 되는 그런 시점에 지금 서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중국은 우리를 완전히 자기들 밑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 아니고 자신들이 국력을 키우는데 우리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 인허쥔(陰和俊) 중국 과학기술부장이 영접 인사로 나왔다는 점을 보더라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사실 정상회담은 외교 사안이기 때문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왕이 부장은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이기도 해서 일반 부장들보다는 급이 높은 인사다. 그런데 권력서열이 높고 낮은 게 문제가 아니라, 중국으로서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과학기술부장을 내보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왕이가 아닌 인허쥔 부장이 나온 것은 중국이 앞으로 한국과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해서 이를 활용해 확실하게 미국을 꺾을 수 있는 힘을 키우겠다는 의지의 발로로 해석된다.

박인규 : 중국이 이번 이재명 대통령 방문을 통해 한국과 경제분야에서 확실히 협력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번 방중에 기업인 200명이 함께 간 것도 공급망 문제 등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정세현 :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등과 관련 있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기술 수준이 높은 스타트업 기업인들도 많이 간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매우 유용한 방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김혜경 여사가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에게 제안해서 한중 간 가요경연대회를 한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까지 진행되면 한한령이 서서히 풀리는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문화 예술 부문의 교류가 상호주의적으로 활성화되면 그 흐름에 맞춰서 과학기술적인 협력 관계도 굉장히 긴밀해질 수 있다.

일본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불안하게 본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다카이치 총리가 괜히 대만 문제를 잘못 건드렸다가 트럼프가 도와준 것도 아니고 중국한테 위협만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서 빠져나오기도 어려울 정도로 그동안 너무 미국에 '올인'을 했던 것이 좀 후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일본은 19세기 '서세동점' 시절, 즉 서양 세력이 동쪽으로 밀고 들어올 때 당시의 국제정세를 현실로 인정하고 탈아입구(脫亞入毆: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 문명을 받아들인다)를 외치면서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에서 서구 중심의 국제질서 속으로 빠르게 넘어 들어갔다. 그 덕분에 서양식 무기로 무장한 군사강국이 됐고, 구결과 아시아에서 제국을 꾸릴 수 있는 정도의 힘을 갖게 됐다. 그 와중에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가 돼버렸고.

그런데 15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국이 국력을 키워서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서 중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 질서로 가려는 그 중간에서 적절하게 등거리 외교를 시작했다고 본다. 일본이 '탈아입구' 했듯이 우리도 이번에 '탈미환아'(脫美還亞, 미국에서 벗어나 아시아로 돌아온다)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지고 있고 중국이 뜨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너무 얌체처럼 당장 중국에 올라탈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재명 정부의 외교 안보팀은 등거리 외교를 잘해야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미국이 필요로 하면 거기에 협조하고 또 중국이 필요하면 그것도 잘 활용해서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말하자면 중국의 전통 외교술인 '이이제이'(以夷制夷)'를 활용하면서 '이중제미'(以中制美) 또는 '이미제중'(以美制中)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에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서 사실은 맨 끝에 있었다. 변두리에 있었던 국가가 새로운 질서로 넘어가기에 오히려 유리하다는 점을 잘 활용해서 상당 기간 동안 '이중제미', '이미제중'의 외교를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다 보면 이재명 정부를 계기로 해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고 국제 정치의 세계에서 발언권이 월등하게 이전에 비해서 커졌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본다. 미국은 지고 중국이 떠오르는 이때 외교를 잘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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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연합뉴스



박인규 : 트럼프의 마두로 체포는 미국 정부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한 것인데, 그게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은 세계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왔던 국제 질서가 더 빠른 속도로 무너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와 관련해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지난 80년 간 지속돼 온 미국 중심의 질서가 무너지고 이후 다극화가 될지 중국 중심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새로운 국제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정신을 제대로 차려야 한다는 점을 짚어주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베네수엘라를 침공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보면, 미국이 갖고 있는 세계 전략에서 제일 중요한 게 유럽과 동아시아인데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동아시아에서는 사실은 중국과의 경제 경쟁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두 문제에서 결판을 봐야 하지만 둘 다 실패한 상황이다.

중국과 경제 전쟁은 결말이 안 나니까 에이펙에 와서 봉합을 해버린 것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먼저 끝내고 싶었는데 그것도 결국은 러시아 때문에 안되다 보니 결국 '뒷마당'으로 간 것 아닌가 싶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란드까지 가면 유럽하고도 갈라질 것 같다.

지금 미국의 입장에서는 유럽과 관계가 파탄이 난다 할지라도 그린란드는 갖고 싶어 할 것 같다. 유럽은 이번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적으로도 실패하게 됐고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강점한다고 그러면 미국과 유럽 관계도 파탄이 날 것인데, 그러면 미국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정세현 : 고립이 되더라도 그렇게 해서 중국하고 힘겨루기도 하고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등을 수입해야 되는 나라를 상대로 해서 그거 가지고 자기 편에 서라고 미끼로 쓸 수도 있다. 또 북극 항로 개발도 염두에 둘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베네수엘라 꼴 난다? 정치인들 국제정치에 대한 지적 수준 너무 낮아!

박인규 : 그런가하면 이번에 베네수엘라 침공에 대해서 여야의 반응이 너무 극명하게 갈라졌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국도 베네수엘라 꼴이 날 수 있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68명의 의원들이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내 정치권의 이같은 반응은 어떻게 평가하시나?

정세현 :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 투입은 지구적 차원에서의 맥락에서 보면 중국 견제의 목적이 있고 실질적인 측면에서는 석유 자원 확보나 개발권을 회복하려고 그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겉으로는 마약 밀매가 문제라고 핑계를 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한국을 베네수엘라처럼 다루기에는 아무런 핑계도 댈 수 있는 것이 없다. 윤석열을 구속시켰다고 해서 그렇게 할 수도 없고, 2만 8000명의 주한미군이 평택에 있다고 하지만은 한국 대통령을 잡아다가 미국 법원에 세운다고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이 무기 수출 세계 4위 국가라 핵무기 빼고 못 만드는 것이 없는 정도다. 우리는 베네수엘라와는 달리 군사 강국이고 국제적 위상도 비교가 안 된다. 경제력도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런데 한국이 베네수엘라처럼 된다? 국민들의 수준은 높은데 정치인들의 수준은 너무 낮은 것 같다. 한국 민주주의 회복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이미 입증이 됐는데 한국 극우 정치인들의 수준은 초등학생보다도 못한 것 같다.

박인규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들어가서 작전을 한 것은 아메리카 대륙에 자기들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인데, 중국과 가까이 있고 상당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을 베네수엘라 다루듯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좀 이해하기 어렵다.

정세현 :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을 용납한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또는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중국의 대만 침공도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느냐"는 정도의 이야기도 못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국제 평화니 유엔 헌장이니 이런 걸 핑계 대고 그걸 구실로 해서 군의 행동을 막아왔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도 그동안에는 국제 정치적으로 설득력이 있는 핑계를 대기도 했다. 그것이 과장되고 편견에 의한 것도 억지도 있긴 했지만 명분을 가지고 나오기는 했다.

예를 들어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해서 이라크에 들어가서 후세인을 잡아야 한다 또는 아프가니스탄에 탈레반들이 있기 때문에 국제 테러를 막기 위해 들어가야 된다 등의 명분을 내세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는 명분도 없이 미국이 이제 19세기식 제국주의로 돌아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야당과는 달리 여당 국회의원들이 미국의 행동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성명을 낸 것은, 한국 국회의원이라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 아무리 동맹이지만 미국의 그런 무지막지한 행동을 우리 동맹이니까 옳다고 얘기를 할 수는 없지 않나. 소위 국제 정치적으로 한국이 가지고 있는 국격에 맞는 행동을 한 것이다.

외교부는 원론적인 입장만 냈던데,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은 우리 국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그런 것 같다. 미국 중심의 사고만 해왔던 사람들이 한국 외교부를 구성하고 있지만, 영국이나 기타 유럽 국가들보다는 정제된 입장을 냈다는 것은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그동안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간자적 역할 또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을 각성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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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발생한 일련의 폭발 이후 베네수엘라 최대 군사 시설인 푸에르테 티우나에서도 화염이 치솟았다. ⓒAFP=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사태, 오히려 북미 회담 가능성 높아질 수도

박인규 :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의 기본 전략이 봉쇄(Containment)인데 봉쇄에 주요한 거점이 서유럽과 동아시아, 중동 이 세 곳이었다. 동아시아에서는 1950년부터 1975년까지 실제 전쟁이 있었고 1979년부터 2011년 내지 2020년까지 중동 지역에서만 전쟁이 있었고, 그게 끝나니까 2022년도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동아시아는 사실 1975년 이후에는 거의 전쟁이 없었으니 앞으로의 외교 과제를 생각할 때 동아시아 전체가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서 북핵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 외에 대만 문제와 한국과 일본 또는 일본과 중국 사이의 역사적 문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우리가 중국에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하라고 할 수는 없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다음에 일본에 간다고 하면 동아시아의 지속적 평화나 안정적인 구조를 이루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일본과의 관계를 그동안에 한미일 간 군사적 부문에서 강화해 왔는데, 이러한 삼각 협력의 틀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세현 : 미국이 국제 정치적인 영향력을 지금 점점 잃어가고 있듯이 일본의 경제가 더 이상 규모가 커지지 않는 관계로 국제 경제 차원에서 일본의 위상이라는 게 지금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은 안보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하기 위해서 미국이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든 덮고 가려고 했다.

또 한미일 삼각 협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북중러가 저렇게 똘똘 뭉치는데 우리가 그냥 흩어져서 되겠는가 하는 식으로 핑계를 대기도 했다. 그래서 여기에 끌려가는 바람에 한 때나마 한미일 군사 협력이 강해졌다.

이제는 한미일 군사협력은 좀 잊어버리고 일본과 관계에서 거리를 둬야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역할이나 위상이 더 올라간다. 이미제중, 이중제미를 하려면 한미일 삼각 협력 관계를 강화해 가지고는 안 된다.

다만 일본은 대만 문제 잘못 말했다가 곤란한 상황에 놓여있고 중국으로부터 제재도 받고 있어서 아마 우리를 어떻게 하든 잡으려고 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적절하게 구슬려서 좋은 말 해 주고 오면 왼다. 거기서 매달린다고 마음 약하게 끌려가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럴 사람도 아니지만.

박인규 : 그러면 대일 외교의 원칙은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양보가 없지만 어쨌든 다른 문제에서 협력한다, 그러나 군사 협력을 안 한다 이 정도로 정해야 하나?

정세현 : 그렇다. 경제적으로 협력하지만 군사 협력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사실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도 미국의 군사적 필요 때문에 우리에게 강요했던 거 아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그렇고.

지금 역사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시점에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잘 인식하고 미국 중심으로 외교를 해야만 우리 국익이 보장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지근거리 참모에서 제외해야 한다. 등거리 외교를 정당화시킬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통령 주변에 참모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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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3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비공식 약식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핵 문제의 경우 당장 해결은 어렵고 남북 간의 안정적 공존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한반도 평화 공존'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평화 공존'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니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두 국가론을 어느 정도는 인정을 하면서 공존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양자 간의 문제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이 "북한 너네 계속 떼쓰지 말고 두 국가 인정해줄테니 남한이랑 상종도 못하겠다는 식으로 하지 마라. 너희들끼리 싸우면 우리가 불편하다. 노골적으로 얘기해서 우리 중국은 남조선의 과학 기술이 필요하다. 너희들끼리 자꾸 싸우면 그게 우리한테 올 수 있는 것이 반 정도밖에 못 와 그러니까 제발 좀 싸우지 마라"라는 말을 북한에 할 수 있도록 우리가 관리를 해야 한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가 북한에 "완전히 적대적 두 국가라고 하면 한러 관계를 복원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극동 러시아 개발에 한국의 자본이 필요하다. 그런데 너희들끼리 싸우면 우리가 남쪽하고 가까워질 수가 없다. 제발 좀 싸우지 말고 이번에는 너희들이 우리를 좀 도와줘야 되겠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한러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 남북 간 평화 공존하는 틀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미국도 끌어들여서 우리가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을 추동해야 한다.

이렇게 만들려면 김대중 정부 당시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이 일본과 중국, 러시아를 거쳐 평양에 들어간 것처럼 이재명 정부도 이러한 '페리 프로세스'와 유사한 과정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돌아 들어가서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이후에는 '페리 프로세스 시즌 2'를 해야 한다. 미국에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 메이커'가 되어 달라고 했으니 그건 일단락 된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박인규 : 올해 안에 북미 간 협상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정세현 : 4월에 미중 정상회담을 하면서 북미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던데, 트럼프가 마두로 작전을 어떻게 마무리하냐에 따라 정신적인 여유가 있는지 결정이 될 것 같다.

그런데 마두로 케이스를 보면서 김정은은 계속 미국의 비위에 거슬렸다가는 나중에 세게 보복을 당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베네수엘라 사태가 표면적으로는 북미 관계에 악재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역으로 북미 관계 개선의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고 본다.

이번에 미군이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안전가옥까지 들어가서 잡아냈는데, '백두혈통'이라고 하는 그 가문이 그런 위기의 순간, 즉 미국으로부터 공격을 당할지 모른다고 할 때 귀신처럼 빠져나가는 데는 따라갈 자가 없다. 1994년 6월 김일성이 평양에 들어간 카터 전 미국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 주선해 달라고 한 것은 미국의 북한 폭격 계획이 겁나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오히려 빨라질 수도 있다.

그 대신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조건은 아니고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하고 핵 동결 정도로 협상을 하자고 할 수는 있다. 미국이 북한에 "핵 동결 전제로 할테니 나와라. 앞으로 비핵화는 요구하지 않을게"라고 하면 김정은으로서는 미국이 이렇게까지 양보를 했는데, 트럼프의 비위를 거슬렀다가 나중에 군사 작전까지는 몰라도 경제적으로 타격이 더 커지면 어쩌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프레시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딸 주애와 함께 2026년 새해를 맞아 전날 밤부터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열린 대규모 신년 경축행사에 참석해 러시아 파병 부대 가족들을 각별히 챙기며 장병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곧 9차 당대회를 열게되면 또 5개년 계획을 발표할 텐데 그걸 수행해 나가는 데 있어서도 북미 관계가 풀리면 경제적인 제재가 풀릴 거고 미국으로부터 일정한 정도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게 9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5개년 발전 계획이 성과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인민들의 생활수준이 올라가면 김정은의 위상은 올라가는 거고 4대 세습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면 김정은 체제 강화 및 우상화, 나아가서 4대세습의 물질적 토대가 구축되는 것이다.

한국도 이런 걸 가지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공개적으로 이야기는 못하지만 이번 마두로 사건 때문에 당신들이 김정은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기만 하면, 비핵화를 전제로 한 회담이 아니고 동결에서 일단 시작을 하자고 하고, 경제 제재 해제 이야기를 하라. 그리고 2018년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위한 1단계 조치로서 연락 사무소 교환 설치 등을 하겠다고 하면 김정은이 북미정상회담에 나올 수 있다고 미국에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트럼프도 원하는 노벨 평화상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 라는 식으로 설득해야 한다. 이런 것이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 중 하나다

박인규 : 트럼프한테 남은 마지막 카드가 북핵 문제인 것 같다.

정세현 : 한반도 평화특사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에 보내서 주변국을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다. 6자회담 했던 국가들까지 끌어들여서 북한이 핵을 더 이상 만들지 않고 확산시키지 않고 미국이 안전보장해주고, 이걸 중국과 러시아가 보증하는 식의 그림을 이재명 정부가 그려줘야 한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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