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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성과급 늦춘 HD현대重, 원·하청 비율 조정되나…내부 반발 기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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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 원칙 깨고 2월로 연기…결산 정확성 제고 이유
시점 변경 공문서 ‘동종업 최고수준’ 약속
한화오션 상생안 감안 관측도…노동계는 환영 입장
노란봉투법 시행 맞물려 타업계·사외하청 확산 가능성
헤럴드경제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HD현대 제공]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그러니까 직영 성과급 쪼개서 협력사 챙겨주겠다는 건가요?”

연초 HD현대중공업 직원 커뮤니티에서 성과급 논쟁이 한창이다. 연말 한화오션에 이어, HD현대중공업도 사내 협력사(하청) 직원에게 성과급 지급 비율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지난 연말 한화오션의 ‘상생안’ 발표다. 한화오션은 2025년도 성과급부터 하청 직원 1만5000명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비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화오션은 정규직과 협력사 직원에 각각 기본급의 150%, 75%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이같은 비율 격차를 없애 원하청 간 갈등을 줄이겠다는 게 한화오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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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 지부 12월자 소식지 일부.



더욱이 이번 상생상은 한화오션이 아닌 대통령 입을 통해 먼저 공개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고용노동부 업무 보고에서 “바람직한 기업 문화”의 사례로 언급한 것이다.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이 압박 아닌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 발언 이후 HD현대중공업은 갑작스레 성과급 지급 시점을 바꿨다. 매해 성과급은 당해 12월 지급이 원칙처럼 이어져왔는데, 오는 2월로 미뤄졌다. 원청사의 정확한 결산 이후 지급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선 한화오션 상생안을 감안, 원·하청 성과급 비율 조정 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HD현대중공업 측은 성과급 지급 시점을 변경하는 공문에서 ‘동종업계 대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하겠다’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한화보다는 더 높은 수준으로 하청에 성과급을 주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내부에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급이라도 기여도 인정해야” vs. “직영 성과 쪼개서 나누는 셈”
성과급 분배 문제가 조선업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하청이 많은 특성 때문이다. 조선사 실적은 선박 수주 물량이 좌우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선박 교체 주기가 비슷한 시기에 돌아온다. 이 때문에 실적이 들쭉날쭉한 특성상 조선업의 가장 핵심 인력인 ‘생산직’은 대부분 정규직이 아닌 하청으로 채용된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조선업 하청 근로자 비율은 63.9%다. 산업 전체 평균인 17.7%의 무려 3.5배다.

조선사의 원·하청간 성과급 격차가 구조적으로 굳어져 있었던 이유다. 다만 올해는 사정이 약간 달라졌다. 선박 발주 사이클이 돌아온 데다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까지 겹쳐 ‘역대급 실적’을 내며 곳간이 넉넉해졌다. 이재명 정부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조에 부응할 여력이 생긴 셈이다.

다만 원·하청 직원들의 의견은 아직 분분하다. 긍정적인 반응도 많다. ‘일을 했으면 하청이 더 했다. 성과 기여도로만 따지면 하청이 더 높다’는 시각에서다.

조선업 구조가 하청 인력에 크게 의존해왔다는 점에서 노동계에선 우선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영과 하청 임금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 적어도 같은 사업장에서 기여한 인력들에게 동일하게 성과를 인정해주겠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에 날선 반응도 적지 않다. ‘하청은 애초에 저렴한 비용 때문에 이용하는데 동일하게 대우해주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부터 ‘직영 성과를 왜 쪼개서 하청에 나눠줘야 하느냐’는 반발도 나온다.

다만 하청 성과급이 직영 성과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볼 수는 없다. 성과급은 단체협약에서 정한 산식에 따라 지급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청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성과급 지출이 늘면 회사의 보유 현금이 줄어 향후 직영 성과급 지급에 여력이 적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가능하다.

노란봉투법 맞물려 ‘성과급 상생안’ 확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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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당시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당직선거 출마자들이 지난 2022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연내 입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에서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



한화오션 상생안이 조선 외 업종으로도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3월 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일명 노란봉투법) 시행과 맞물리면서다. 현재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8월 국회 통과 후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해석지침을 발표해 현재 행정예고 기간을 두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골자 중 하나는 사내하청 근로자들에게 원청과 교섭할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원청이 하청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있을 경우 원청은 하청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한다.

특히 성과급 인상은 하청노조가 원청에 가장 많이 요구할 것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또 이번에 한화오션이 성과급 분배 대상으로 삼은 사내하청뿐 아니라 ‘사외하청’으로도 범위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구자형 법무법인 율촌 노란봉투법 대응센터 소속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에서 사내·사외하청을 별도로 나눠서 규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외하청에 대해서도 원청이 지배력을 가진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며 “하청이 많은 조선업뿐 아니라도 하청을 두고 돌아가는 업종이라면 모두 성과급 분배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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