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태어나서 생을 마칠 때까지 부담하는 의료비가 1인당 평균 2억 5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의료비 지출이 가장 집중되는 시점이 과거보다 크게 늦춰지면서 고령기에 병원비 부담이 한층 무거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생애 의료비 추정을 통한 건강보험 진료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민 1인당 평생 건강보험 진료비는 비급여를 포함해 평균 2억 4656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건강보험이 부담한 비용과 법정 본인부담금, 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항목까지 모두 합산한 금액이다.
의료비 지출이 가장 많이 몰리는 연령대도 뚜렷하게 뒤로 이동했다. 2004년에는 71세에 연간 의료비가 가장 많았지만, 2023년에는 그 정점이 78세로 7년 늦춰졌다. 이 시기의 연간 의료비는 172만 원에서 446만 원으로 늘어 20년 사이 2.6배 급증했다. 고령기에 고비용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성별 격차도 분명했다. 여성의 생애 의료비는 평균 2억 1474만 원으로 남성(1억 8263만 원)보다 약 3200만 원 많았다. 연구진은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평균 5.8년 길어 의료 서비스 이용 기간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평생 의료비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대형병원이 아닌 동네 의원과 약국이었다. 생애 지출 기준으로 약국이 3993만 원, 의원이 3984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상급종합병원(3497만 원)과 종합병원(3388만 원)이 그 뒤를 이었다. 일상적인 외래 진료와 약국 이용이 장기간 누적되면서 상당한 비용으로 이어진 셈이다.
중증 질환이 발생할 경우 의료비 부담은 더욱 커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30세에 암을 진단받을 경우 사망 시까지 평균 1억 1142만 원의 치료비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암종별로는 췌장암이 2억 2675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폐암(1억 1498만 원)과 유방암(1억 431만 원)도 1억 원을 훌쩍 넘었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압박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기대수명이 1년 늘어날 때 생애 의료비가 증가하는 비율은 2004년 20.1%에서 2023년 51.8%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고가 의료기술 도입, 장기 치료와 돌봄 수요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연구를 진행한 이수연 연구위원 등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정책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년기에 질병 없이 보내는 기간을 늘려야만 고령 사회의 충격과 사회적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비만·흡연·음주 등 생활 습관 관리와 만성질환의 조기 발견을 위한 예방 중심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임혜린 기자 hihili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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