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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버블'과 '트럼프 아바타 연준'이 만나면? 2026년 한국경제 살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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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onscar@pressian.com)]
2026년 새해를 맞이하는 세계 경제의 풍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고 위태롭다.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에 이어 유엔 산하기구 포함 66개 국제기구 탈퇴를 선언하며 '미국 우선주의'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트럼프의 폭주'에 대해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8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지금의 현상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수십년간 누적된 "격차의 확대"가 낳은 필연적인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1980년대 레이건 정권부터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정책이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그 결과로 트럼프라는 "신흥국가의 독재자와 비슷한 성향"의 정치 지도자가 국제 정세를 뒤흔들 수 있는 미국의 대통령 자리에 두 번이나 오를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보통 대통령이 되면 공직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되는데, 트럼프는 그런 게 없어요. 그의 목표 함수는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의 정치적 이득에만 관심이 있지, 미국의 10년 후, 20년 후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정부 기구를 자기 입맛에 맞게 사유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재정의 리스크...연준(Fed)은 '트럼프의 아바타'가 될 것인가?

이런 이유로 미국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인 제도와 시스템을 트럼프는 망설임 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트럼프는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을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 격인 '연준(Federal Reserve)'을 올해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를 염두에 두고 뒤흔들고 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엔 부채로 돌려막기를 하는 미국 재정 문제가 깔려 있다.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겁박하고 있고, 올해 5월 임기 만료를 앞둔 그의 거취는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미국 연방정부 채무가 40조 달러를 육박해 이자만 해도 1조 6000억 달러(2332조 3200억 원)에 달합니다. 이걸 해결하려면 부자 증세 등 증세 밖에 답이 없고, 그게 아니면 지출을 급격하게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 증세는 인기도 없고 본인 정치 노선에도 맞지 않으니까 금리를 1%대까지 낮춰야 한다고 하고 있고 차기 연준 의장은 금리를 나와 상의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얘기하고 있죠."

최 교수는 파월의 교체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 연준 내부에서 정치적 타협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연준은 트럼프의 눈치를 보며 경기부양 정책 결정을 내리고 있으며, 5월 이후에는 사실상 '트럼프의 아바타'와 같은 인물이 연준을 장악해 자산 시장의 폭주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는 결국 실적 뒷받침 없는 주가 상승과 자산 거품으로 이어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프레시안

▲최배근 교수 ⓒ프레시안(이명선)



'광란의 20년대'가 재현될 것인가

최 교수는 현 상황이 대공황 직전인 1920년대와 네 가지 유사성이 있다면서 연준의 유동성 공급과 트럼프의 부양책이 맞물리면서 이른바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첫째, 미국을 기준으로 1920년대의 불평등과 오늘날의 불평등의 정도가 비슷합니다.

둘째, 타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가 증가했습니다. 1921년 이민법이 통과되는 등 당시에도 이민자를 배척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셋째, 대공황 당시 대통령이던 허버트 후버도 광산업으로 크게 돈을 번 기업가 출신으로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아웃사이더였습니다.

넷째, 신기술이 등장합니다. 1920년대도 산업혁명 이후 본격적인 공업화가 꽃을 핀 시기이고, 지금은 인공지능(AI)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이런 기술혁신으로 인해 경제적 번영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가져오고 주가가 폭등하게 됩니다.

그러나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기술 혁신은 불평등을 심화시킵니다. 격차가 확대됨에 따라 소외 받고 배제된 사람들은 불만이 쌓이고 그러나보니 이민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를 탓하게 되는 거죠. 이런 이유로 100년전이 1920년대와 지금이 매우 닮았다고 봅니다."

<조선일보> '3차 외환위기' 경고? 진짜 '경제주권'을 찾아서

미국의 폭주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출범 7개월을 맞이한 이재명 정부의 어깨는 무겁다. 최 교수는 현재 시장과 여론의 관심은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웠던 '코스피 5000' 공약에 쏠려 있지만 진짜 중요한 해결 과제는 '격차 해소'와 '경제주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 교수는 지난 12월 외환보유액이 줄어들었다며 위기론을 퍼뜨리는 언론의 이중성을 꼬집는다. 이재명 정부는 역대 대통령 중 연평균 외환보유액 증가 폭이 가장 큰 정부(약 450억 달러 증가)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평상시에는 외환보유액 축적을 '비효율'이라 비난하던 이들이 위기 때가 되면 공포를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위기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취약성은 수십년간 반복된 문제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가 최근 '3차 외환위기 조짐이 있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언론들이 평상시에는 미국의 논리에 젖어 있는 학자와 전문가들의 얘기를 계속 재생산해주는 역할을 하다가 이런 식으로 부추깁니다. 근데 분명 구조적 취약성은 존재하죠. 평소에는 문제가 없지만 세계경제 위기가 오면 달라집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AI 버블 문제와 트럼프의 부양책이 맞물려서 충격이 발생했을 때, 그 여파가 미국에서 지진이라고 한다면 우리에겐 해일이 몰아칠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 교수는 '화폐주권'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한국의 지식인과 언론들이 미국의 경제학 논리에 매몰되어 우리만의 경제적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싱가포르나 스위스 같은 강소국들이 외환보유액을 GDP 대비 70~90% 수준으로 축적하며 화폐 가치를 방어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미국의 환율 보고서 눈치를 보느라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월가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인 통화 정책과 강력한 외환 방어막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재명이 이미 내놓은 양극화 완화 해법, 기본사회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부처별 업무보고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양극화'라는 표현을 여러 번 썼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9년 신년사에서 '양극화' 문제를 이미 거론했어요. 근데 6년이 지나는 동안 크게 개선이 되지 않았다면 국민들은 그저 이걸 정치적 레토릭이라고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요. 그간 방치됐다는 거죠."

최 교수는 '격차 해소'에 대한 답을 이미 이재명 대통령이 내놓았다면서 당 대표 시절, 그리고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기본사회론'을 강조했다.

"저는 ‘사회소득’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를 OECD에서는 사회임금(social wage) 이라고 부릅니다. 개인은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시장소득이 있고, 그 다음으로 정부를 통해 받는 이전소득, 즉 아동수당·기초연금·각종 사회수당 같은 사회소득이 있습니다. 그런데 OECD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사회소득, 즉 사회적 지출 수준이 최하위권입니다. 2024년 기준으로 보면 거의 밑에서 1등 수준이고, OECD 평균과 비교해도 격차가 매우 큽니다."

감세 아닌 감세...소득 상위 0.1% 각종 공제 동원해 1억 넘게 공제

문제는 재원이다. <조선일보>와 같은 보수 언론은 이 문제에 예의주시하면서 '외환위기론'까지 들고 나오는 상황에서 국가 재정으로 충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 교수는 "세율은 높은데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부유층에 집중돼 있는 각종 세금 공제 혜택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은 45%이고, 여기에 지방소득세를 더하면 49.5%입니다. OECD 38개국 가운데 대략 7위 수준,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상당히 높은 세율입니다. 그런데 GDP 대비 개인소득세 실효 세수, 즉 실제로 걷히는 세금 비중을 보면 한국은 꼴찌 수준입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 하면, 세금의 재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OECD는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와, 세금과 이전지출을 반영한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를 비교해 소득분배 개선 효과를 보는데, 한국은 이 개선 폭 역시 하위 그룹에 속합니다. 세금을 걷고 나서도 불평등을 줄이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느냐. 제가 데이터를 중심으로 보면서 가장 먼저 의심하는 지점은 소득 포착 구조와 공제 제도입니다. 월급소득자는 연말정산으로 소득이 거의 전부 포착됩니다. 반면 고소득자, 자산소득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하경제 문제도 여전히 큽니다.

특히 한국의 소득공제 제도는 말 그대로 누더기입니다. 정치와 민주주의의 취약성 속에서 이해관계가 누적되다 보니 공제가 지나치게 많아졌고, 그 결과 공제 혜택의 대부분을 상위 소득층이 가져갑니다. 실제로 상위 0.1%의 경우, 각종 공제를 동원하면 1억7000만 원 이상을 소득에서 공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공제가 18개, 20개씩 붙는 구조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실질적인 감세입니다."

최 교수는 각종 공제를 없애고 인적 공제(1인당 1.5%)로 전환하면 국민 한사람에게 월 100만 원 가량의 사회소득을 돌려줄 수 있고, 이 중 30-50%를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면 지역 상권도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민들의 삶은 크게 월급을 받는 급여생활자와 자영업자 두 범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급여생활자의 임금 수준은 고용노동부 조사가 있어서 비교적 정확한 통계로 확인 가능한데, 시계열로 보면 실질급여 수준이 2015-2016년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10년 후퇴한 거죠. 이 평균치에 임시직과 일용직 노동자까지 포함돼 있는데, 이들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상황은 더 나쁘죠. 2015년 수준인 140-141만원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자영업자 상황은 더 어렵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1인당 자영업자 월평균 소득은 약 135만원으로, 임금노동자 소득의 35%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우리 통계에서 무급가족종사자까지 자영업자로 포함되기 때문에 자영업 관련 인구는 600만-650만 명 수준이고, 여기에 임시직.일용직 노동자까지 더하면 10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생존의 위기에 놓여 있는 셈입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최 교수는 한국 경제가 '일본화'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 정부에서 돈을 풀어도 돈이 돌지 않습니다. 돈이 실물경제로 가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 끝에 도달한 상태가 바로 그겁니다. 100만 원을 풀면 실제 경제에서 체감되는 건 50만 원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죠. 그만큼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돈을 많이 풀면 결국 물가 부담으로 돌아오는데, 소득이 낮을수록 식료품·주거비·의료비 같은 필수 지출의 비중이 훨씬 높습니다. 문제는 식료품 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 평균보다 훨씬 높게 오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소득 계층별 물가 통계를 만들자고 제안해왔고, 싱가포르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하위 20% 계층의 물가상승률을 가장 낮게 유지하고, 현금 지원, 보조금 등 가능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통을 경감시키려고 합니다. 우리는 지역화폐 같은 수단을 쓰다가 흐지부지 됐습니다.

물가는 정권이 뒤바뀌는 이슈입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것도, 맘다니가 뉴욕시장이 된 것도 모두 물가 이슈 때문입니다. 물가는 또 정권이 바뀌었다고 자동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닙니다. 의지와 설계, 그리고 계층별로 다른 현실을 정확히 보는 정책 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최 교수는 '기본사회' 공약에 기반한 양극화 해소가 우선되지 않을 경우, '코스피 5000', 'AI 3대 강국'과 같은 성장 정책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조언한다.

2026년, 트럼프가 흔드는 세계 질서 속에서 한국 경제가 나아갈 길은 명확하다. 미국의 논리에 갇힌 '원죄'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화폐 주권을 확립하고 내부의 격차를 줄여 민주주의의 토양을 단단히 하는 것. 그것이 최배근 교수가 던지는 새해의 화두다.

이 인터뷰는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판 ‘국가 주도 자본주의’ 시작! 'AI 버블'과 '트럼프 아바타 연준'이 만나면? ㅣ최배근 교수 ①


[전홍기혜 기자(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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