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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무차별 소송에 자식·부모 주민번호 무방비 노출…법원발 ‘개인정보 유출’ 논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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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 집주인-임차인 민사소송 중
임대인 요청에 자녀, 노부모 개인정보 노출돼
임차인 “소송 본질과 무관한 정보수집” 지적
헤럴드경제

개인 주민등록번호가 담긴 주민등록증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사적 분쟁을 다루는 민사소송 과정에서 법원과 지자체의 무감각으로 소송 당사자의 가족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소송과 무관한 미성년 자녀와 노부모의 주민등록번호가 상대방에게 노출됐는데 사법시스템의 ‘사각지대’가 고스란히 드러났단 지적이 나온다.

1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은 서울 은평구의 한 상가주택 임대인(집주인)-임차인 사이의 임대 계약갱신 청구권 갈등에서 비롯됐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실거주 의무를 위반하고 개인과외 교습소를 불법으로 운영한다며 지난해 6월 교육청·구청·경찰에 잇따라 민원과 고발을 제기했다.

경찰은 수사 끝에 임차인의 거주 형태와 교습 운영은 적법하다고 보고 7월 말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임대인 측은 이에 대해 별도의 이의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임대인은 8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임대인은 11월 서울서부지법에 사실조회 촉탁 신청을 했다. 임차인 A씨 설명에 따르면 임대인 측은 소송 상대방인 임차인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들, 노부모에 대한 주민등록표 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주민번호 13자리 포함)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 A씨는 “따로 살고 있는 노부모의 정보까지 요구한 건 소송 쟁점과 무관한 과도한 정보 수집 행위”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신청을 인용했다. A씨는 즉각 ‘소송과 무관한 제3자의 개인정보 제공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내면서 주민등록번호는 마스킹 처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별도 조치 없이 사실조회 요청을 관할 지자체(은평구청)에 발송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후 은평구청도 기계적으로 가림 처리 없이 상세 자료(성명·주민번호·주소 변동 이력 등)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 자료는 그 상태 그대로 전자소송 시스템에 업로드돼 임대인 측이 열람할 수 있게 됐다.

A씨는 법원 시스템에 등록된 다음날 이 사실을 알았다. 이걸 구청에 따졌더니 담당자는 “절차상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국가배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내부적으로 하고 있다”고 A씨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문제 제기 하루 만에 해당 자료는 전자소송 시스템에서 내려졌다. 하지만 임대인 측은 이 자료를 이미 열람한 것으로 보인다.

임대인 측 변호사 B씨는 “실거주 여부를 입증하는 데 주민등록번호 전체나 미성년 자녀의 개인정보가 필수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조회를 신청한 배경에 대해선 “피고 측이 계속 거주 사실을 부인하니 사실조회 신청 자체로 심리적 압박이 될 것이라 기대했던 측면은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필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실조회 신청 자체를 압박 수단처럼 활용했고 그 결과 법원과 구청의 절차를 거치며 가족 전체의 민감 정보가 공개됐다”며 “특히 미성년 자녀의 주민등록번호는 평생 바뀌지 않는 정보인데 소송 전략의 일부처럼 다뤄졌다는 게 충격이었다”고 했다.

임차인 공적기관의 개인정보 ‘불감증’ 호소
형사적 책임 있을까…법원 판단 기다려야
이 사례는 법원과 지자체 등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공적 기관의 가벼운 인식을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당사자 가족은 개인정보가 도용되거나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민사소송법상 사실조회 제도는 인정되더라도 그에 따라 제공되는 개인정보는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제한돼야 한다”며 “뒤 여섯 자리까지 포함한 주민등록번호 전체는 실거주 여부 판단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가족들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게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목적 외 이용·제공 금지)를 위반한 행위라며 지난달 민원을 냈다. 이 사건은 서울서부경찰서에 형사고발 사건으로 배당됐다. 수사팀은 A씨가 제출한 보충진술서, 전자소송 기록, 사실조회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황 교수는 “법원의 사실조회 촉탁에 따라 개인정보가 공개된 것이기에 형사책임이나 국가배상 책임에 대해선 구체적 경위와 대체 수단 존재 여부를 종합해 법원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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