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노바나나) |
사건의 핵심은 공짜 땅의 범위였다. 통상 재건축 조합이 아파트를 지으며 도로, 공원 등 정비기반시설을 새로 설치해 국가나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면 그 설치비용 범위 내에서 사업 구역 내에 있던 기존 국공유지를 무상으로 양도받을 수 있다. 문제는 지적도상 도로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주민들이 통행로로 사용해 온 국공유지, 즉 현황도로(사실상 도로)였다.
2015년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LH공사나 지자체 등 공공 사업시행자가 사업을 할 경우 현황도로를 무상양도 대상에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조합과 같은 민간 사업시행자 조항에는 이 문구가 쏙 빠져 있었다. 국회는 2017년 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뒤늦게 민간 시행자에게도 현황도로를 무상양도한다는 내용을 포함했지만, 부칙을 통해 개정법 시행(2018. 2. 9.) 후 최초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못 박았다.
이 입법의 공백기에 끼어버린 조합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이번 사건의 원고인 조합은 2012년에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태였다. 조합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2015년 법 개정 당시 국회 속기록 등을 보면 민간과 공공을 차별하려는 의도가 없었고, 민간 조항에서 현황도로가 누락된 것은 단순한 입법 불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서울고등법원(2심)은 이러한 조합의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의 문언이 다소 미비하더라도 입법 취지와 형평성을 고려해 구체적 타당성을 살려야 한다는 따뜻한 해석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을 강조하며 원심을 파기했다. 판결의 요지는 명료하다. 첫째, 2015년 개정법의 문언은 이 경우(공공 시행자의 경우)라고 명시하여 적용 대상을 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민간 시행자에게까지 확장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둘째, 국공유지의 무상양도는 헌법상 보장된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베푸는 시혜적 조치이므로 그 대상을 어디까지 설정할지는 전적으로 입법자의 재량 영역이다. 셋째, 2017년 개정법 부칙에서 적용 시기를 명확히 제한한 것은 입법자가 2015년 당시부터 소급하여 혜택을 줄 의사가 없었음을 방증하는 결정적 근거라고 보았다.
결국 대법원은 설령 입법 과정에서 민간 지원 논의가 있었더라도, 최종 통과된 법률의 문언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선언한 셈이다. 입법의 실수나 공백을 사법부가 섣불리 해석으로 메워주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태도이다.
이번 판결이 재개발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줄까? 2018년 2월 이전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전국의 수많은 재개발 조합들은 이제 현황도로 무상양도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접어야 한다. 수십억 원의 국공유지 매입비용이 발생할 테고 이는 조합의 부담이라고 상정해야 하고 조합원 분담금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은 수천억 원이 오가는 사업에서 불명확한 입법 취지에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판결이다. 대법원의 엄격한 문언 해석은 당장 조합에게는 쓰라린 결과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모호했던 법적 쟁점을 정리하여 시장의 불확실성을 걷어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