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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국은 언제 베네수엘라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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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대체 한국은 언제 베네수엘라가 되는 것일까? 일부 극우 사이트나 '윤어게인' 세력이 음지에서 킬킬거리며 쓰는 '베네수엘라' 비유가 별안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국민의힘 공식 논평에 등장했다. 이 정당이 논평 아이디어를 어떤 수준의 사람들 사이에서 얻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최근 대선에서도 마두로는 부정선거 논란 속에 재집권하며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했고, 누적된 국민적 분노와 내부 붕괴는 결국 오늘의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과도한 돈 풀기와 권력의 독주, 야권 탄압과 언론 압박이 일상화된다면 대한민국 역시 같은 길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이 경고를 직시해야 합니다. (...)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가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 논평)

'부정선거 음모론'을 은은하게 섞어 넣은 이 논평이 담고 있는 '정신 세계'에서, 나경원 의원은 한발 더 나간다. 그는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방파제'다. 국제질서 재편기, 경제 안보 위기속,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독재와 부패, 고립의 베네수엘라행 급행열차를 탈 것인가냐의 갈림길이다"라고 주장한다.

쉽게 말하면 지금 한국의 상황은 베네수엘라의 몰락 과정을 닮아 있고, 국민의힘이 6월 지방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베네수엘라가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 경제는 무너져 내리고, 이재명 하야 여론이 터져 나올 것이며, 야당 투사 장동혁은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될 것이고, 트황상(트럼프)이 항공모함을 타고 와 이재명을 체포, 오키나와에 압송한 후, 감옥에 있는 윤석열을 구출하러 올 것이라는 판타지 소설과 그 수준이 비슷해 보인다.

국민의힘의 베네수엘라 사랑은 오래된 일이다. 2018년 홍준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대표는그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0대 경제 지표중 9개 분야가 하강이거나 침체"라며 "나라가 망한 베네수엘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는 2번(자유한국당)을 찍어야 '망하는 길'에서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정작 그해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망한 건 자유한국당이었다. 대구와 경북을 빼고 전국 14개 광역단체장을 민주당이 싹쓸이 했다. (제주 원희룡은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나경원이 '베네수엘라행'을 경고하며 '2번 안찍으면 나라 망한다'고 했는데,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2018년 선거에서 망하고도 '베네수엘라의 꿈'을 버리지 못한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는 2019년 '베네수엘라 리포트위원회'라는 뜬금없고 희한한 당내 기구를 만들어 베네수엘라 연구에 몰두했는데, 황교안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나 정치를 보면 베네수엘라 차베스·마두로 정권과 소름 끼칠 정도로 유사하다"라고 주장했었다. 그리고 2020년 총선에서 '폭망'한 건 민주당(180석)과 문재인이 아니고 황교안과 자유한국당(103석)이었다.

그러고 나서 진짜 베네수엘라 느낌의 대통령이 마치 주술적 예언처럼 나타났는데, 놀랍게도 민주당에서 나온 게 아니라 본인들의 정당에서 나와버렸다.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부러웠는지 윤석열은 동해에 석유 시추를 지시했고, 비상 계엄을 선포해 주식 시장과 외환시장을 때려 부쉈다. 그리고 정치인과 언론인을 잡아들이라 명령했으며, 정당을 아예 해체하고 대체 입법 기구를 만들려고 했고, 완전무장한 군인들을 한밤중에 국회에 침투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윤석열의 추종자들은 법원을 습격하고 윤석열에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잡으러 다녔다.

자, 이제부터 윤석열의 향후 롤모델은 단연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일 것이다.

군대를 일으켜 쿠데타를 감행했으나 실패하고 감옥에 갇힌 윤석열처럼, 차베스 역시 1992년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실패해 감옥에 2년간 갇혀 있었다. 쿠데타 실패를 자인하고 투항한 차베스는 감옥에 들어가기 전 72초간의 TV 생중계 연설을 했는데, 그는 "단지 지금은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기회는 다시 올 것"이라며 '차베스어게인'을 외쳤다. (이제부터는 윤석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만한 일들이 벌어진다.)

차베스의 연설에 '계몽'된 시민들은 그를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하고 감옥에 갇힌 차베스는 옥중에서 '대통령 선거 기권 운동'을 주창한다. 그의 제안에 발맞춰 '차베스어게인' 세력이 발호하게 되는데, 1993년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 기권율은 무려 40%를 기록한다. 이 수치는 대통령에 당선된 라카엘 칼데라의 득표율보다 높았다. (윤석열은 이 지점에서 고무될 것이다.) 이후 차베스는 대통령 사면을 받고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1998년, 드디어 대통령에 당선된다. (윤어게인 세력은 이 지점에서 또한 고무될 것이다.) 윤석열의 '계엄 비선' 노상원이 자신의 수첩에 "헌법 개정(재선∼3선)"이라고 적은 것처럼, 차베스도 개헌을 통해 기존 의회를 해산하고 야당을 무력화해 대통령 재선에 성공한다.

윤석열이 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인을 보낸 것처럼 차베스도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했고, 사법기관, 특히 검찰과 법원을 틀어쥐었다. 차베스의 친동생은 수차례 부패 혐의를 받았지만, 검찰과 법원은 '봐주기'로 일관했다.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현대판 매관매직을 일삼고, 국민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장막 뒤에서 불법적으로 국정에 개입"(특검 공소장)한 윤석열 배우자 김건희도 '윤어게인'이 현실화되면 깨끗하게 풀려날 것이다. 이 이상의 '베네수엘라'가 있을까.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스토리는 윤어게인 세력들에게 참으로 귀감이 될 만하다.

정신을 차릴만도 하다. 제도권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이 거의 10년 가까이 베네수엘라를 연구하며 '판타지'에 빠져 있는 건 정상이 아니다. 어떤 현상을 비유적으로 비판하는 건 문제 없지만, 현실 자체를 '지옥'으로 묘사하고 상대를 '악마화'하려는 건 역효과를 낳는다. 정당의 주장이 대중의 '커먼 센스'와 괴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정당의 호감도는 낮아질 것이다. 윤석열이 법정에서 한 말처럼 "최소한의 정무 감각"이라도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국=베네수엘라 말하다가 창피 당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국민의힘 주변에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보수 정당이 스스로를 조롱거리로 전락시켜서야 되겠는가.

국민의힘이 "호수 위의 달그림자" 쫓듯 '제발 나라가 베네수엘라 되게 해주세요'라며 인디언 기우제를 벌이고 있는데, 정작 '베네수엘라'를 닮아가고 있는 정당은 국민의힘이다. 제발 이성을 회복하길 바란다.

프레시안

▲법정에 선 윤석열 전 대통령 ⓒKBS 보도 화면 갈무리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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