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민배우 안성기의 영결식이 열린 9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가 고인의 영정과 훈장을 들고 있다. 문재원 기자 |
한국 영화의 얼굴이자 어른, ‘국민 배우’ 안성기가 9일 영면에 든다.
고인의 장례미사와 영결식이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엄수됐다. 반 세기 넘게 스크린을 지켜온 그의 마지막 길을 유가족과 영화계 선·후배, 동료들이 배웅했다.
이날 오전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고인의 안식을 기원하는 추모 미사가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의 집전으로 봉헌됐다. 고인과 같은 소속사의 후배 배우 정우성이 영정을, 이정재가 고인에게 추서된 금관문화훈장을 들고 7시40분쯤 명동성당에 도착했다. 배우 설경구, 박철민, 유지태, 박해일, 조우진, 주지훈 등이 운구를 맡았다.
9일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가 서울 중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고 안성기 배우의 장례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연합뉴스 |
이어진 영결식은 유년부터 노년까지 고인이 영화와 함께한 60여년을 돌아보며 시작됐다. 아역 데뷔작인 <황혼열차>(1957)부터 <바람불어 좋은 날>(1980) <만다라>(1981) <실미도>(2003) 등 시대별 대표작 속 고인의 모습을 모은 영상이 상영됐다. 그의 밝은 미소에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고인과 13편의 작품을 함께한 배창호 감독(공동 장례위원장)이 조사를 낭독했다. 배 감독은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촬영장에서 30대 중반이던 고인의 모습이 영정 사진이 된 것을 언급하며 “그동안의 세월은 어디로 갔나. 그땐 우리 모두에게 찬란하고 기뻤던 젊은 날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인생이란 저물 때도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을 맞이했다. 마음이 아프지만 엄숙한 심정으로 보내드리려 한다”고 했다.
“영화를 사랑한 안 형,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았던, 신중했던, 투병을 말없이 감내했던 안 형. 그동안 즐거웠고 든든했고 고마웠습니다. 안 형의 지난 세월은 그냥 흘러간 것이 아닙니다. 주옥같은 작품들 속에 고스란히 살아있습니다. 이제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배 감독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고 안성기 영결식에서 대표작 속 고인의 모습을 모은 영상이 상영됐다. 문재원 기자 |
정우성도 조사에서 고인의 어른됨을 회상했다. 그는 “선배님은 제게 철인이셨다”며 “지치지 않는 가치관을 온화한 미소로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으셨고, 참으로 숭고하셨다”고 했다.
유가족 대표로는 장남 안다빈씨가 영결식을 찾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는 “아버지께서 천국에서도 영화만을 생각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안씨는 고인의 별세 후 서재에서 발견한 편지 내용을 소개했다. 안씨가 5살쯤이던 1993년 11월, 고인이 작성한 편지다.
편지에서 그는 “벌써 이만큼 커서 의젓해진 너를 보면 아빠는 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며 “아빠는 다빈이가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고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됐으면 한다. 시간을 꼭 지킬 줄 알며 실패나 슬픔을 마음의 평화로 다스릴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편지는 “내 아들 다빈아, 이 세상에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것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라는 문장으로 끝맺었다.
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배우 안성기의 장례 미사가 끝난 뒤 배우 설경구, 박해일, 유지태, 주지훈, 박철민, 조우진이 운구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
이날 영결식에는 배우 현빈, 변요한, 정준호, 한예리, 안재욱, 박상원, 임권택 감독, 이준익 감독 등 영화인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가족, 동료들과 작별한 고인은 이날 장지인 양평 별그리다에서 영원한 안식에 든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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